"20일 동안 우리국토 600㎞를 걷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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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8시,경남 하동군 화개면 화개중학교 운동장에서 출발한 '박카스와 함께하는 제10회 대학생 국토대장정'의 발걸음은 가벼웠다.29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출정식을 갖고 하동으로 이동,화개중 교정에서 야영한 144명의 대학생들은 하룻밤 사이 친해진 듯 보였다.

출정식 때 보였던 다소 어색했던 표정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오전 6시쯤 잠을 깬 학생들은 가벼운 체조를 한뒤 학교 옆 개울에서 얼굴을 씻었다.지리산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시냇물은 상큼했다.아침 밥으로 든든히 배를 채우고 출발선상에 선 대학생들의 얼굴은 긴장감이 흘렀다.영국에서 20년째 생활해온 하준수(20·임페리얼대)군은 "교수인 아버지의 권유로 참가하게 됐다"며 "공동생활의 추억거리를 많이 만들어 방학때 주로 개인별로 생활하는 영국 학생들에게 실컷 자랑하겠다"며 주먹을 불끈 지었다.

중국에서 2년간 한국말을 배워 유학온 루리단(盧麗丹·25·여·중앙대)은 "한국의 아름다운 산천을 촬영하기 위해 비디오카메라를 가지고 오려다 소지할 수 없다는 말에 두고 왔다"며 "서울까지 가는 동안 주변 경치를 기억에 잘 담겠다"며 미소지었다.루리단은 "한국 문화를 소재로 한 영화나 연극을 만들고 싶다"며 "이번 경험이 꿈을 이루는데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전 8시쯤 "화이팅'을 외친뒤 교정을 출발한 대학생들을 화개 십리벚꽃길이 반겼다.터널을 이룬 벚나무 사이로 초여름의 싱그러운 햇살이 반짝거렸다.잠을 깬 이름 모를 새들의 울음 소리는 대학생들의 걸음걸이에 박자를 맞추는 듯 했다.

선배 기수들로 구성된 20여명의 행진팀이 대열 앞뒤에서 "뒤로 밀착" "앞으로 밀착"을 선창하며 행진 속도를 조절했다.

화개장터를 지난 대열은 경남 하동과 전남 구례를 잇는 '남도대교' 를 통과한뒤 섬진강을 오른쪽을 두고 북쪽으로 향했다.뜸하게 지나가던 차량 운전자와 대학생들이 손을 흔들며 주고 받는 인사가 정겨웠다.오전 8시 45분쯤,4㎞를 행진한 대열을 섬진강변 '전망좋은 곳'에서 첫번째 '10분간 쉬어'를 했다.대부분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지만 힘들어 보이지는 않았다.

강병수(19·여·서울대)양은 "20일 동안 600㎞를 걷는 행사에 참가하는 것을 주변에서 말렸다"며 "출발이 좋으니 완주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땀을 훔쳤다.

섬진강을 바라보며 쉬던 최영길(37·동국대)스님은 "국토를 걷은 것도 수행이 아니겠느냐,하안거 하는 셈"이라며 합장했다.

제7기 대장정에 참가했다가 이번에 행진팀장을 맡은 이영훈(29·동양공업전문대)씨는 "장마철인 만큼 날씨가 나쁘면 탈락자가 많을 수 있다"며 "많은 대원이 완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인솔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학생들은 대장정 첫날 35㎞를 걸은뒤 구례군 산동면 원전초등학교에서 숙영을 한다.

올해로 열 돌을 맞은 이번 행사의 슬로건은 '10년을 달려온 도전,100년을 이끄는 젊음'이다.20박 21일 동안 600.5㎞를 행군하며,전남 구례,전북 남원,경남 함양,경북 김천,충북 영동,대전 유성,충남 연기,충북 음성,강원 원주,경기 성남 등을 거쳐 다음달 19일 서울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에서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화개=강진권 기자jk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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