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03] 뒤돌아본 지구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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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2003년 '제국'이 탄생했다. 이 제국의 경영은 '네오콘'(Neocon)으로 불리는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들이 담당했다. 세계를 틀어쥐고 뒤흔든 그들의 모습은 한편의 할리우드 영화 같았다.

테러 단체나 테러 지원국가, 북한과 같은 대량살상무기(WMD) 보유국들의 잠재적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 선제공격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는 전가의 보도였다. 지난 3월 이라크전쟁은 그렇게 시작됐다. 개전 21일 만에 바그다드를 점령한 미군은 8개월 동안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격에 발목을 잡혔으나 지난 14일 후세인을 생포하면서 이라크전쟁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이라크전의 학습효과는 컸다.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핵 시설을 사찰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며, 리비아도 대량살상무기 보유를 포기하고 무조건 국제기구의 사찰을 받기로 했다.

북.미 불가침 조약 체결을 핵 폐기의 전제조건으로 고집하던 북한이 '문서 형태의 체제보장'이라는 미국의 타협안에 관심을 보이며 지난 8월 남북한과 미.중.일.러 6개국이 참가하는 베이징(北京) 6자회담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이라크전의 영향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크고 작은 자연재해도 빈발했다. 지난 3월 홍콩에서 발원한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은 서너달 만에 중국.동남아.북미를 휩쓸며 모두 8천98명을 감염시키고 7백47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수많은 희생에도 불구하고 치료제 개발은 아직 진척이 없어 에이즈 이후 가장 큰 '인류의 적'으로 기록됐다. 사망자만 3만명으로 추산되는 이란 지진도 2003년을 더욱 우울하게 만든 자연의 공격이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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