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공사(분수대)

88년 구소련의 아르메니아공화국 지진때 무려 2만5천여명이 사망했다. 어째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게 되었는가 하고 모두들 궁금해 했다. 진도 6.9의 강진이긴 했지만 선진국에서라면 그 정도까지 엄청난 희생이 날리 없었기 때문이다. 서방의 기술조사단이 분석한 결과 지진으로 무너진 중요건물의 건축자재가 기가 막힐 정도의 조악품이었음이 밝혀졌다. 사상자의 대부분이 발견되었던 아파트나 병원·공장·학교건물의 벽돌이 시멘트함량 부족이었고 철근도 형편없는 것들이었다.
당시의 브레즈네프서기장은 인민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많은 건물들을 지었다. 그러나 당간부들이 시멘트를 가로챘다. 공사에 관련된 중간 관리자들도 앞다퉈 건축자재를 빼돌렸다. 결국 목표달성에 쫓겼던 공사장 노동자들은 모자라는 시멘트대신 모래를 집어넣었으며 지진은 그 많은 모래성을 한꺼번에 전부 쓰러뜨리는 비극을 낳았다.
이와 아주 대조적인 「천재지변」이 그 다음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어났다. 진도 7.1의 더 강한 지진이었다. 그런데도 사망자는 70명선에 그쳤다. 이 도시에도 병원과 아파트 등 주요 건물이 많았지만 무너지지는 않았다. 단지 희생자들은 고속도로 2층 교량의 이음새가 주저앉으면서 사고를 당한 자동차 탑승자가 많았다.
어째서 구소련쪽은 생명을 잃은 사람이 많았고 미국쪽은 적었는가. 미국은 건물을 지을때 각종 자재에 대한 검사도 까다롭지만 반드시 구조역학기술자의 확인을 거쳐야 한다는 행정규정이 엄격히 지켜졌기 때문이다.
최근의 청주 우암상가아파트 화재·붕괴 사고는 지은지 10년밖에 안된 건물에서 일어났다.
시멘트를 제때 공급받지 못해 모래를 많이 썼으며 철제빔의 설치 간격이나 철근의 굵기도 규격에 맞지 않게 엉성한 공사를 했다는 당시 건설업자의 증언은 매우 충격적이다.
70년 서울 와우아파트 붕괴사고를 겪고도 과거 소련에서나 볼 수 있는 비슷한 유형의 인재가 또 일어나고 있는 것은 정말 서글픈 일이다.<최철주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