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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경협방북 빗장 풀 때다/박의준통일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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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현재 남북경협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차기 정부가 남북관계 기조를 어떤 방향으로 세울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남북경협에 관한한 정부의 뚜렷한 입장표명이 없어 적잖은 혼란을 겪어야만 했던 기업들로서는 신정부가 남북경협을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 하는 것을 감지하는 일이야말로 사업 성패를 가름하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대부분의 경우 남북관계가 「동면기」에 접어들었으니 때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남북간의 교류협력도 남북관계「틀」속에서 이뤄지는 것이어서 남북경협만을 따로 떼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많은 기업인들은 새 정부가 남북관계에 있어 풀 수 있는 일은 시간을 너무 끌지 말고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 점에서 남북경협 차원의 「기업인 방북」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간첩단사건이 터진 이후 남한 기업인들의 방북을 일절 허용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김달현 북한 정무원부총리의 방북과 일부 기업인의 방북으로 좋은 그림을 그려가던 남북경협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말았다.
정부는 지금도 핵문제와 남북경협을 철저히 연계해 핵문제가 풀리지 않는한 남북경협에 응할 수 없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때문에 남북경협은 쉽게 풀릴 수 없게 돼있다.
문제는 정부가 기업인의 방북을 당초 묶어놓은 것이 아니라 간첩단사건 등 당시의 사회분위기를 감안,자제를 유도했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간첩단사건 사과요구를 북쪽과의 대화 전제조건에서 제외했었다. 정부도 기업인의 방북을 조만간 허용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새 정부 인수팀들이 남북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면서 정부측도 주춤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냉정히 생각해보면 남북간 이미 상당규모에 와있는 경제교류를 언제까지나 제3국을 통해,또는 간접적인 접촉으로 추진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게다가 기업인의 방북은 남한 통일정책의 최우선 과제랄 수 있는 이산가족 상봉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국민의 보수화 경향이라는 것이 북한을 윽박지르고 고립화시키는 대북 강경론이라고 보는 것은 터무니없는 해석일 것이다.
새 정부가 풀어야 할 남북문제가 많지만 교류·협력부문에서는 융통성을 보여야 한다는게 남북관계를 전진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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