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중스타들, 케이블로 '안방' 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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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인터넷과 위성방송 등으로 '문화의 국경'이 사라지는 추세 속에서도 한국과 일본을 가로막은 현해탄의 파고는 높았다. 30일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일본대중문화 4차 추가개방 계획'에서도 양국 간의 '문화 장벽'은 완전히 걷혀지지 못했다.

영화.공연.비디오.만화.게임 부문이 전면 개방된 상황에서 방송은 국민 정서라는 걸림돌에,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업계 보호라는 경제 논리에 밀려 부분적으로 빗장을 여는 데 머무른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 대중문화의 완전 개방은 적어도 2년 뒤로 미뤄졌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2006년1 월1 일부터 전면 문호를 여는 것으로 결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날 이창동 문화부 장관은 "향후 5차 개방 조치를 통해 방송 부문을 전면 개방하되, 4차 개방에 따른 국민정서 및 청소년에 대한 영향 등을 충분히 고려해 전면 개방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극장 애니메이션 확대개방 전면 보류를 위한 비상투쟁위원회'까지 구성했던 업계는 이번 조치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애니메이션 '오세암'의 제작사 마고21의 이정호 대표는 "당초 3~5년 정도 유예기간을 줄 것을 요구한 데 비하면 아쉬운 점이 있지만 일단 긍정적으로 본다"면서 "이 기간 동안 창작 애니메이션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책과 배급망 등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일본이 절대 강세를 보이는 애니메이션은 현재 국제영화제 수상작만 국내 극장에서 개봉할 수 있다.

이날 이장관도 "애니메이션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마련 중이며 내년 상반기 중 발표할 계획"이라며 지원의사를 밝혔다.

한편 일본 드라마의 부분 개방은 일본 문화가 안방으로 곧장 침투하는 셈이어서 앞으로 추이를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비록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지만 이미 1천만명에 달하는 시청자가 이들 채널을 이용하고 있어 그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겨울연가'같은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주인공들의 액세서리가 유행하고 드라마 촬영지를 찾아 일본 관관객이 몰려드는 현상이 역으로 한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드라마 전편을 모두 제작한 다음 방송에 내보내는 사전 제작제를 택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 드라마의 유입이 한국 PD들에게 자극을 줘 드라마의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선정성을 어떻게 거르느냐가 관건이다. 일본은 드라마 등급제가 없다. 이번 발표에서 모든 연령.7 세이상.12 세이상 시청 가능한 드라마에 대해서만 개방한다고 발표했지만 그 기준은 한국에서 마련해야 한다.

방송위원회 오광혁 정책3팀장은 "선정성을 줄이기 위해 일본 프로그램에 대해 집중 심의를 하고 문제가 발생할 때는 신속한 사후 조치로 유사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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