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최후통첩 수용 거부/“「비행금지구역」설정은 불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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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방 “시한 지나면 응징”경고
【바그다드·워싱턴 로이터·AP=연합】 이라크는 7일 오후 이라크 남부 「비행금지구역」인근에 배치한 지대공 미사일을 철수하라는 서방의 최후통첩을 공식거부했다.
이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걸프전 참전 서방동맹국들은 강경응징을 거듭 다짐,걸프전 재발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니자르 함둔 주유엔 이라크대사는 이날 유엔본부에서 미·영·프랑스·러시아 4국 대사와 긴급회동한후 기자들에게 『이라크가 자국 영토에서 민·군용 물자를 이동시키는 문제와 관련한 권리를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타리크 아지즈 이라크부총리는 관영 INA통신을 통해 「비행금지구역」설치가 유엔안보리 결의를 거치지 않은 불법적 조치이므로 이라크는 자국영토에 방공망을 설치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서방이 이라크에 통보한 최후통첩은 9일 오전 7시30분(한국시간) 만료된다.
한편 미 국방부 소식통들은 이라크가 미사일을 이동시키기 시작했다는 첩보가 입수됐다면서 그러나 서방의 요구대로 철수하는 것인지,아니면 다국적군의 공격에 대비해 이동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7일 의회인사들과 만나 『사담 후세인에 대한 초강경 대응을 거듭 다짐했다』고 백악관 회동에 참석한 미 공화당 의원들이 전했으며,빌 클린턴 차기대통령도 이날 참모들을 통해 부시대통령의 강경대응을 『적극 지지한다』는 태도를 재확인했다.
로버트 게이츠 미 중앙정보국(CIA)국장은 이날 미 ABC­TV 대담프로에서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무력 외의 다른 어떤 메시지도 이해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함으로써 공격 재개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와 함께 영국·프랑스 및 터키 등도 이날 이라크가 최후통첩을 끝내 거부할 경우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는 등의 경고를 보냈다.
이와 관련해 미 국방부 관계자들은 대이라크 공격이 재개될 경우 『현지 방공망을 파괴하는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작전이 전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시사했다.
서방측의 이같은 공격경고가 거듭됨에도 불구하고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7일 집권바트당 지도부 및 군지휘관들과 연쇄회담을 가졌다고 이라크 관영 INA통신이 보도했다.
한편 중국은 『이라크의 주권이 존중돼야 한다』는 내용의 외교부 성명을 발표,서방의 군사행동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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