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쌀개방 등 서로 부담 적게 조율/노 “최대한 지원” 김 “퇴임후 보장”거듭화답
노태우대통령과 김영삼차기대통령간의 정권인계·인수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양측 측근들은 『정권이 무난하게 이양되는 첫번째 선례가 될 것 같다』고 다함께 얘기하고 있다. 현승종국무총리와 내각은 대통령직 인수위(위원장 정원식)에 대해 거의 제한없는 협조를 하고 있고 인수위도 현 정부의 감정을 다치지 않으려 신경쓰고 있다.
고속전철차종 등 국책사업 결정권 행사문제로 실무자 사이에 약간의 갈등기류가 조성되자 노 대통령은 모든 결정은 차기정부에 넘겨 불씨를 아예 묻어버렸다.
○…양측 참모들은 이구동성으로 『지금 노 대통령과 김 차기대통령간에는 골칫거리나 장애물,감정의 앙금 따위가 별로 없다』고 말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내각에 『김 차기 대통령의 정권인수 업무를 최대한 도우라』고 지시해놓았다. 특히 인수위가 알고자 하는 정보는 아낌없이 제공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선거기간중 김 후보가 「물정부」를 세게 비판해 한때 노 대통령이 적잖이 섭섭해 했지만 당선 이후 김 차기대통령이 먼저 『어쩔 수 없었다. 미안하다』고 해 무마됐다는 것이다.
김 차기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기회있을 때마다 노 대통령의 퇴임후를 보장한다는 뜻을 명확히하고 있다.
그는 『대통령이 물러난후 전후임간에 원수가 되거나 불행한 일을 당하는 나쁜 전통을 청산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김 차기대통령측은 고속전철 등 국책사업 추진문제에 대해서도 『현정부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다』고 말하고 있고 노 대통령측도 『그런 일은 차기정부의 몫』이라고 화답했다.
노 대통령은 『올해의 정부부처 업무보고는 차기대통령이 받아야 한다』며 아예 일정을 만들지도 않고있다. 노 대통령은 기회있을 때마다 『김 차기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크다』고 면전에서 치켜세우고 있다.
청와대 고위참모는 7일 『일부에서 거론하는 국책사업 문제를 노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중에 꼭 매듭지어야 하는 절박한 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자신과 김 차기대통령 모두에게 가장 부담이 적은 방법을 택하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노 대통령의 이러한 생각·방침에 따라 대형 국책사업의 결정권이나 중요현안 선택은 대부분 차기정부로 이양될 것으로 보인다.
국책사업은 ▲고속전철차량 선정 ▲LNG 수송선 5,6호 발주 ▲제2이동통신 사업자선정 등이고 현안은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에 따른 쌀시장 개방여부 ▲핵폐기물처리장 설치 등이다.
이중 제2이동통신은 지난해 파동을 거치면서 차기정부로 교통정리됐다. LNG수송선 발주도 시기가 신정부 취임 이후가 될 것 같다.
다만 고속전철 차량선정에 대해 「경부고속철도 건설공단」이 지난 5일 새정부 출범전에 3개국(독·일·불) 입찰을 거쳐 협상대상국을 확정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문제가 생겼던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협상」의 시작이지 공급자 확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협상대상이 정해지면 자연히 최종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므로 현신정부간 문제가 얽히게 되는 것이다.
현정부에서 이를 정하더라도 이것이 이권과 연결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차기대통령 진영도 파악하고 있다.
오히려 김 차기대통령 주변에서는 낙찰에 떨어진 국가들에 대한 새정부의 정치적 부담을 덜기위해 차라리 현정부가 일을 끝내놓고 나가주었으면 하는 의견까지 나오기도 했다.
노 대통령 정부도 이 점을 고려했으나 이동통신 때처럼 불필요한 오해나 잡음을 살 필요가 없어 신정부로 넘긴다는 쪽으로 판단을 좁혀가고 있다.
핵폐기물 처리장 설치나 쌀시장 개방여부 등은 지역주민·농민의 반대를 조정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므로 자연스럽게 차기정부가 맡게될듯 하다.
김 차기대통령 측으로서는 엄청난 부담이 따르는 쌀개방 문제를 현정부가 「희생적으로」풀어놓고 가주기를 바라는 눈치도 있다.
김 차기대통령은 국민에게 「고통의 분담」을 요구하겠다고 누차 공언한바 있어 핵폐기물 처리장 같은 사안은 취임후 차근차근 지역주민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김진·박영수기자>김진·박영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