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 28일 현대차와 도요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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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파업 놓고 노조원끼리 대치한 현대차
"비켜라, 라인 가동하겠다."

"물러서라 라인 가동하겠다."(회사 관리직+조합원)

"절대로 못 돌린다."(노조간부)

현대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28일 공개한 파업 현장에서도 조합원들이 파업을 거부하며 생산라인에서 작업 준비를 했고, 공장 곳곳에서 노조 간부와 조합원 간에 공장 가동을 놓고 충돌 직전의 대치 상황까지 벌어졌다.

28일 베르나.클릭 승용차를 생산하는 현대차 울산공장 1공장. 낮 12시쯤 생산현장인 공장건물 1층에선 1000여 명이 파업 집회를 벌이고 있었지만 2층 식당엔 1000여 명이 남의 일인 양 잡담을 나누며 식사 중이다.

-파업에 불참하고 생산에 참여하면 왕따당하지 않겠나.

=조합원 신모(40)씨: "왕따는 혼자 따돌릴 때나 당하는 거지 대부분이 아니라고 하는데 뭘."

-노조 간부들에게 찍히면 어쩌려고.

=조합원 김모(38)씨: "잽싸게 쳐올리기(자기 순서가 오기 전에 앞당겨 작업하기) 해 놓고 숨어 있어야지."

오후 작업 시작 시간인 오후 1시를 15분쯤 남겨둔 공장 1층 생산라인 곳곳엔 조합원들이 집회장에서 멀리 떨어져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며 작업시작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이 적은데 작업이 가능한가.

=작업반장 김모(41)씨: "두고 봐라. 일할 때 되면 다 오기로 했다."

오후 1시 근로자 대다수가 작업장으로 복귀하고 있었다. 붉은 머리띠를 두른 노조 간부들이 몰려다니며 파업 참여를 독려하는 모습이 보였다.

-라인 못 돌리겠네요.

=작업반장 정모씨: "노조 간부들이 조합원들을 싹 몰아가버렸다. 그래도 150명쯤 남아 있으니 2개 라인 중 하나는 가동할 수 있다. 기다려 보자."

오후 2시30분쯤 노조 간부와 회사 측 간의 공장 가동을 놓고 대치 끝에 결국 조업을 포기했다.

?"원치 않은 파업 거부"=생산 현장에 남았던 조합원들은 "왜 파업을 거부했나"는 물음에 "조합원이 원치 않는 파업을 했기 때문"이라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1공장의 이모 조합원은 "지난해 정치 파업 정말 많이 했다. 또 욕 먹기 싫었다. 생산현장에 남아 조합원이 무엇을 바라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재공장의 한 조합원도 "다른 완성차 회사는 불법 파업을 피해가거나 노조 간부 파업을 한다는데 왜 현대차만 금속노조의 불법 파업에 앞장서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날 파업 결과를 놓고 노조 게시판에도 조합원의 불만이 잇따랐다.

'공감'이라는 조합원은 '실패한 파업'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현장 조합원들이 하기 싫어하는 파업을 억지로 밀어붙인 결과, 지도부 고소고발, 국민여론 악화, 현대차 불매운동으로 나타났는데 이러려고 파업했느냐. 이럴 바엔 금속노조 탈퇴하는 게 어떨지"라고 꼬집었다.

?예고된 반기=현대차 노조는 1987년 창립 이래 지금까지 20년 동안 94년 한 해를 제외하고 매년 파업을 벌여 파업일수만 28일까지 총 348일에 달한다. 파업 진행 중에 부분 조업이 있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노조원의 이탈은 집행부만의 독단적이고 명분 없는 파업 결정이 더 이상 노조원들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금속노조가 8일 조합원 찬반투표 없이 파업을 벌이기로 결정하고 현대차 노조가 이를 따르겠다고 선언하자 조합원들의 반발이 봇물처럼 쏟아졌다.22일엔 노조 내 6개 위원회의 하나인 정비위원회(정비본부)가 "전체 조합원을 끌고 가기 어려워 파업에 간부만 참여하겠다"며 노조의 총파업 방침에 정면으로 반발했다.

이에 집행부가 5일간의 금속노조 반FTA 파업 중 28, 29일 이틀만 참여하겠다며 한걸음 물러섰지만 조합원들은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파업 완전 철회"를 촉구하며 집행부를 압박했다. 현대.기아차와 달리 쌍용자동차와 GM대우는 이날 금속노조 파업에 불참했다.

울산=이기원 김상진 기자

쉼없이 도는 '도요타의 심장' 다하라 공장
"최고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한다"

28일 오후 일본 아이치(愛知)현 다하라(田原)시 외곽의 도요타 다하라공장.

세계 최강 도요타자동차의 모든 노하우가 집약돼 있는 '베일의 공장'이다. '도요타 경쟁력'의 양대 원천인 '렉서스'와 '하이브리드'의 결합이 이뤄지는 곳이기도 하다. 렉서스 브랜드 중 최상 등급인 LS시리즈 생산공장이 외부에 공개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도요타가 세계에 자랑하는 최첨단 친환경형 하이브리드 엔진을 렉서스의 최상 등급인 LS에 탑재한, 도요타의 표현에 따르면 '환상의 차'인 'LS600h'도 한 달 전부터 이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명색이 도요타의 최첨단 공장인데, 종업원이라 해야 얼마나 될까"했던 예상은 처음부터 깨지고 말았다.

"하메코미 요시(끼움 상태 양호), 보루토노 시메코미 요시(볼트 조임 상태 양호)."

종업원 950명이 2교대로 숨가쁘게 돌아가며 하루 670대의 렉서스를 만들어 내는 조립 공정. 20대 중반의 젊은 종업원들이 차체 앞부분의 헤드라이트 램프를 끼워 맞춘 뒤 옆에서 보고, 엎드려 보고, 만져보며 큰 소리를 지른다. 각 종업원의 뒤에는 서류철을 손에 쥐고 '기능수련사보'란 글자가 새겨진 모자를 쓴 2인조가 서있다. 기능공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는 것이다.

조립이 끝나고 최종 출하 직전에 이뤄지는 품질관리 공정. 세계 최첨단의 로봇이 1초에 1300장의 사진을 찍어 차체의 이음새 부분, 외장을 전면 분석하고 있었다. 또 배출가스 검사를 1초 안에 완료했다.

이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결국은 사람이었다. 4000여 개 항목을 200여 명이 동원돼 검사한다. 무라마쓰 모토야스(村松基安) 품질관리부장은 "최종 품질관리는 도요타의 일반 공정보다 사람 수로는 두 배, 항목 수로는 1.5배"라며 "여기서 만드는 '무결함 렉서스'가 도요타를 세계 최고로 만든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다. 바로 옆 엔진 공정. 최종 점검은 한 40대 후반 숙련공의 '귀'에 달려 있었다. 엔진을 최대로 출력시킨 뒤 귀에 꽂은 리시버를 통해 엔진소리를 듣고 제대로 만들어졌는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정상 여부 판단에 걸리는 시간은 불과 10초 남짓. 금형의 마무리 상태를 확인하고 18개 색채의 빛을 번갈아 비추며 차체의 흠을 최종 확인하고 있는 것도 장인들이었다. 이와세 다카히로(岩瀨隆廣) 공장장은 "장인에 의한 최종 점검은 렉서스 공장에서만 채택하고 있다"며 "디지털 기능으로는 안 되는 것을 인간의 감성과 장인기술을 통해 더욱 정교화한다"고 말했다.

도요타의 렉서스 공장을 지탱하는 원동력은 결국 '사람'이었다. 도요타는 LS를 생산하기 시작한 지난해 9월부터 이 공장에 장인 제도를 도입했다. 10개 공정에 장인 1명씩을 두고 그 밑에 기능사보 40명, 1급 기능사 300명, 2급 기능사 600명, 3급 기능사 1800명 식으로 배치했다. 신입사원에게는 한 손에 골프 공을 두 개 쥐고 방향 바꿔 돌리기를 시키는 등 감각 향상을 위한 교육도 이뤄진다. 또 한번 장인으로 선정되면 계속 이어지는 게 아니라 4개월에 한번씩 전원 재인증을 받아야 한다. 여기서 탈락되면 3급 기능사로 전락할 수도 있다. 물론 누구도 불만이 없다.

가와키타 다쓰야(河北達也) 엔진제조부장은 "최고가 되지 않으면 세계에서 살아 남을 수 없다는 치열함이 있다"며 "장인 타이틀은 하나의 꿈"이라고 말했다. 렉서스의 이 같은 치열함은 도요타를 영업이익 2조 엔, 순이익 1조5500억 엔의 세계 최고 자동차 회사로 키우는 밑거름이 됐다. 그러나 도요타는 여전히 만족하지 않는다. 지난달 신차발표회장에서 와타나베 가쓰아키(渡邊捷昭) 도요타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도요타는 아직 최고가 아니다. 여전히 발전 단계에 있다."

다하라=김현기 특파원<luckyman@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 하이브리드 자동차=하이브리드는 '잡종'이란 뜻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두 가지 이상의 동력을 사용하는 차를 말한다. 주로 휘발유 엔진과 전기 모터를 사용하며 저속 주행에는 전기모터, 고속 주행에는 휘발유 엔진으로 움직인다. 연료와 배출가스를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어 친환경 차량으로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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