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브프라임 부실 여파 확산…기업들 채권발행 줄연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1면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금융시장에 불안 심리가 확산하면서 국내외 주요기업의 채권발행이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28일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최대 액화가스운반선 업체인 MISC는 7억5000만 달러의 채권발행을 보류했다.

독일 유통기업 로열 아홀드의 미국법인은 6억5000만 달러의 채권발행을 연기했으며 아르셀로 파이낸스 역시 채권발행을 미뤘다. 기아자동차도 3억~5억 달러 규모로 발행하려던 5년 만기 달러표시 채권발행을 늦췄다고 밝혔다. 기아차 관계자는 "채권발행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시장상황을 살핀 뒤 발행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줄이은 채권발행 연기는 채권 인수 은행이나 투자가들이 시장불안을 이유로 보다 높은 수익률 보장과 보호장치를 요구하면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스테판 그린 HSBC 회장은 "일부 대형 기업들의 채권발행이 과다한 발행비용 때문에 실패로 끝나거나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FT는 "서브프라임 부실로 인한 일부 헤지펀드의 청산위기 자체보다 이로 인한 위험회피 심리 확산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투자은행 베어 스턴스 산하 두 개 헤지펀드는 서브프라임모기지를 기반으로 발행한 채권을 중심으로 200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해 왔는데 큰 손실을 입어 청산위기에 처했고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졌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투자회사 핌코의 빌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는 "베어 스턴스 문제는 하루 이틀에 끝날 일이 아니다"며 시장에 계속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메릴린치의 스탠 오닐 최고경영자는 "이번 사태가 잘 통제되고 있다"는 말해 전문가들 사이에 현 상황에 대한 진단이 갈리고 있다.

염태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