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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회귀10년] 홍콩 시민들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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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으로 회귀한 홍콩과 한국의 거리는 더 가까워졌다. 예전에도 활발했지만 근래 10년 들어서 한국과 홍콩은 경제는 물론이고 사람과 문화의 교류에서 훨씬 밀접해졌다.

 홍콩 거리에서는 한국 영화 포스터나 기업의 입간판을 쉽게 볼 수 있다. 거리에 넘쳐나는 한국 관광객이나 교민들에게 웃음을 지으며 한국어로 말을 건네는 홍콩 시민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국과 홍콩의 무역액은 1997년 126억 달러에서 2006년 211억 달러로 67%나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 입장에서 홍콩은 7위의 교역상대이고, 홍콩 입장에서 한국은 6위의 교역 상대국이다.

 또 지난해 말 현재 홍콩은 한국의 5위 해외 투자 진출 대상국이고, 11위 외국인 투자 유치 대상국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홍콩으로 간 해외투자 진출은 97년 390건, 8억1000만 달러에서 2006년 947건, 43억1000달러로 급증했고 홍콩에서 한국으로의 투자도 305건 7억3000만 달러에서 887건 28억9000만 달러로 뛰었다.

 한때 ‘아시아의 네 마리 작은 용’으로 거론되던 한국과 홍콩이지만 지금은 부쩍 커버린 경제규모로 이런 호칭을 거북스러워하는 입장도 비슷하다.

 경제도 경제지만 한국과 홍콩의 거리를 크게 좁히는 데는 한류(韓流)가 크게 작용했다. 70년대 이후 리샤오룽, 저우룬파 등 홍콩 스타들이 한국 젊은이를 압도한 것에 비해 이제는 이영애와 비, 배용준과 원빈 등 한류 스타들이 홍콩 젊은이들의 우상이 됐다.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한국어 학습과 한국 관광 붐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홍콩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만 5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런 열기는 계속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홍콩 시티대학이 한국어를 수강하는 홍콩 학생 620명을 상대로 한국의 공식 국가 명칭, 수도, 국기, 최대 섬 등 기본사항을 묻는 조사를 벌였다. 98년의 평균점수는 5점이었으나 2001년 10점, 2003년 15점, 2005년 30점에서 2006년 40점으로 올라갔다. 한국에 대한 이해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2005년 12월 한국 농민들의 세계무역기구(WTO) 반대 시위도 한국인들이 홍콩인들의 뇌리에 각인돼 있는 사건 가운데 하나다.

 비록 홍콩 도심을 각목이 난무하는 해방구로 만들어버린 거친 시위로 한국 농민과 관련 단체 사람 1000여 명이 한꺼번에 연행되기도 했지만 당시 시위는 공권력에 대한 항거, 국제적 현안에 대한 관심 등 측면에서 홍콩인들의 눈을 틔워주기도 했다.

 한국 농민들이 준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해 지난 5월엔 홍콩에서 처음으로 국제 공정무역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모임이 결성되기도 했다. 미란다 입 옥스팜 홍콩지부장은 “우린 한국 농민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그들은 우리에게 정말 훌륭한 교훈을 남겨줬다”고 말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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