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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회귀10년] 경쟁력 있는 교육이 오늘의 홍콩 일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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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700만 명도 안 되는 홍콩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는 도시로 버티는 이유가 뭘까. 선진 금융시스템, 깨끗한 정부, 중국의 지원…. 대충 이런 답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홍콩의 도널드 창(曾蔭權) 행정장관은 ‘교육과 경쟁’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홍콩 반환 10주년을 맞아 진행한 중앙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경쟁력을 갖춘 국제화 교육이 오늘의 홍콩을 만들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가장 많은 예산을 교육에 투자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또 국내외 도시들과 경쟁을 즐긴다고 했다. 경쟁이 홍콩을 더 강하고 더 경쟁력 있는 도시로 만들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홍콩인들이 우려하는 민주화에 대해 그는 ‘단계적 민주화’를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홍콩 반환 10주년을 맞는 감회는.

 “지난 10년간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우리는 공동체 의식을 갖고 극복했다. 정말 자랑스럽고 감개무량하다. 아시아의 세계도시, 중국에 있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국제도시 홍콩의 기회와 미래에 대해 내가 낙관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홍콩의 주권과 리더십에 대해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준 중국 정부와 홍콩 시민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개인적으로는 행정장관에 재선돼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지난 10년동안 홍콩의 가장 큰 변화는.

 “중국과 한 가족이 됐다는 것이다. 가장 큰 변화인 동시에 우리가 얻은 가장 큰 소득이기도 하다. 이 변화는 중국과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보다 긴밀하고 건설적인 유대관계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교육과 정보기술(IT)·관광·공공위생·환경보호 등에서도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다양한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 대륙과 상호 이해를 넓히는 것은 홍콩의 성공과 직결되는 문제이고 우리의 잠재력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아직도 중국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홍콩인이 적지 않다. 영국 통치시대에 대한 향수를 가진 이도 많다. 홍콩인들이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정치적으로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어떤 대책이 있나.

 “우선 홍콩인들이 영국 통치시대를 그리워한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 홍콩인들은 영국통치시대를 역사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홍콩의 시스템과 사고방식이 중국과 다른 것은 인정한다. 그래서 우리는 홍콩의 독창성과 자본주의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기본법(헌법에 해당)을 제정했다. 여기서 잊어선 안 되는 것이 기본법도 중국의 법이라는 사실이다. 둘째, 홍콩인들이 홍콩에 대한 정체성이 강한 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일개 도시가 이뤄낸 (국가급)경제적 성취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동시에 우리는 중국의 전통과 유산에 대해서도 자부심을 느낀다. 이런 배경을 갖고 우리는 다민족 사회와 국제화된 공동체를 지향한다. 어느 나라 사람이든 홍콩에 와서 자유롭게 일하고 공부하며 생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홍콩이 동양과 서양이 공존하며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발전해온 이유다.

 -국제금융 허브로서의 홍콩의 위상이 싱가포르와 상하이의 도전을 받고 있다. 국내외 두 도시의 도전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우리는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환영하고 즐긴다. 경쟁을 통해 우리의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우선 홍콩이 국제 경쟁력을 지탱하는 네 가지 핵심 요소를 말하고 싶다. 선진적인 법치, 기업 하기 좋은 환경, 깨끗한 정부, 정보와 뉴스의 자유로운 소통이 그것이다. 지금까지 홍콩이 얻은 국제적 명성은 이것 때문이고, 이것은 아직 건재하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정부는 아시아 주요 비즈니스 센터로서의 우리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홍콩에 있는 3800개 외국회사가 더 자유롭고 더 편리하게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홍콩의 낮은 세율과 투명한 세제, 완벽에 가까운 치안, 본국 수준에 가까운 다양한 국제화 교육 시스템, 국제적 수준의 다양한 인재 풀은 다른 도시들이 결코 넘볼 수 없는 우리의 강점이다. 또 우리는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라는 배경을 갖고 있다. 홍콩은 지금까지 2700억 달러를 중국 대륙에 투자했다. 홍콩은 해외기업과 중국의 연결통로다. 즉 중국의 도시이면서 국제도시라는 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아시아에 이런 강점을 가진 도시가 홍콩 말고 어디에 또 있나.”

 -금융을 제외한 물류나 서비스 등 산업은 선전이나 상하이 등 내륙도시의 부상으로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다.

 “결국 금융산업에 대한 안팎의 도전과 같은 얘기다. 상하이나 선전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들 도시의 발전은 홍콩의 투자가 상당부분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륙도시의 인프라가 선진화되고 서비스가 좋아지면 결국 홍콩기업들이 경영에 참여하게 될 것이고 이는 곧 홍콩경제에 득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내륙도시에 투자해 이들의 시스템이 선진화되고 발전하면 결국 홍콩과 교류가 늘어 홍콩에 득이 된다. ”

 -홍콩의 인구는 700만 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세계적인 명문대학이 많다.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펴나.

 “정부가 가장 중요시하는 게 경쟁력 있는 교육이다. 교육이 곧 홍콩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근간이기 때문이다. 말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정부의 교육예산은 1997년 이후 무려 50%나 늘어 올해는 570억 홍콩달러(약 73억 미국달러)에 달한다. 올 정부 예산의 23%로 단일 부문 예산으로는 가장 많다. 이 예산은 제3차 교육(중등교육에 이은 ‘직업 및 비 직업 교육’의 총칭으로 한국 전문대학교육과 비슷)과 대학 경쟁력 강화에 집중 투입된다. 특히 제3차 교육기관은 중국의학이나 창조적 미디어, 물류 등 틈새 분야로 파고들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모든 학교는 철저히 국제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교육목표를 갖고 있다. 대학을 제외한 국제학교만 모두 56개나 된다. 수업은 100% 영어다. 현지 학교 역시 영어가 최우선이다. 그리고 모든 학과목은 국제화에 맞게 편성돼 있다. 공공기금으로 설립된 교육프로그램의 외국인 학생비율은 전체 목표 학생 수의 10%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이것으로도 부족해 현재 홍콩 정부는 국제화 교육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놓고 논의 중이다. 결론적으로 교육 경쟁력은 곧 홍콩 경쟁력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비단 홍콩만이 아니라 세계 어느 도시, 어느 국가든 질 좋은 교육 없이 경쟁력 확보는 어려운 게 21세기다. 누가 더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있느냐가 국가의 사활을 좌우하는 시대다.

 -경제적으로 홍콩은 일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가까운 선진국이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아직 직접선거를 하지 못하고 있다.

 “주권 반환 이후 홍콩은 90년 공포한 기본법에 따라 정치제도를 발전시키고 있다. 2000년과 2004년에 실시된 입법의원(국회의원 격) 선거는 전체 의석 60석의 절반인 30석을 직선으로 뽑았다. 지난 2005년 말 나는 2008년 선거에서 직선의원을 대폭 늘리는 안을 제시했으나 불행히도 입법회의에서 3분의 2 찬성을 얻지 못했다. 따라서 다음 선거도 절반 정도만 직선으로 선출할 것이다. 나는 올해 말에 향후 행정장관과 입법의원 직선제 일정표를 제시할 생각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외부에서 도입된 게 아니고 홍콩 정부가 개발한 홍콩인을 위한 제도가 될 것이다.”

 -5년 전 행정장관 취임 이후 홍콩경제가 계속 호황이다. 비결이 있는가.

 “나는 개인적으로 ‘작은 정부 큰 시장(Small Government Big Market)’을 지향한다. 정부의 시장개입을 최소화해 시장이 스스로 개혁하고 혁신하며 커갈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홍콩 경제가 호황이었던 것은 중국과 세계 경제 호황 영향이 크다. 특히 홍콩 기업은 최근 중국에 많은 투자를 했다. 이 때문에 중국 경제 호황은 곧 홍콩 경제로 직결된다. 홍콩 정부는 개방적이고 다원화된 무역 시스템을 지지한다. 이것이 우리의 자유무역 접근 방식이다. 그리고 홍콩이 지난 13년간 세계에서 최고 자유경제지역이라는 명성을 얻은 이유다.

 -주권 반환 이후 한국과 홍콩의 관계가 더 밀접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와 미래 양측 관계 발전에 문제는 없는가.

 “한국은 홍콩의 여섯째 무역국이다. 우리는 지난 수년 동안 한국 정부 부처와 의회, 기업계 및 언론과 다양한 교류를 해왔다. 또 한국 일반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홍콩에 대한 관심을 고려해 많은 경제 및 문화행사를 개최했다. 지난 4월에는 홍콩 정부 홈페이지에 한국어판을 개설했다. 여기에는 도쿄에 있는 홍콩정부 경제무역대표부가 제공하는 각종 정보가 한국어로 번역돼 올라온다. 모두 한국 기업인과 교민들의 홍콩 이해를 돕기 위한 서비스다. 한국은 최근 많은 분야에서 엄청난 발전을 이룩했다. 홍콩은 특히 한국의 TV 드라마, 음악, 영화를 중심으로 한 콘텐트 산업과 IT 기술 발전에 관심이 많다. 앞으로 양국 발전을 위해 협력을 강화했으면 한다. 우리 정부의 산업기술국장(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해 11월과 올 5월 등 두 번이나 한국을 방문해 차세대 무선인터넷 시스템인 와이브로 등 한국의 앞선 기술을 배우고 돌아왔다. 나 자신도 몇 년 전 한국을 방문했는데 정말 만족스러웠다. 앞으로 한국 기업들의 투자와 한국인들의 홍콩 관광이 더 늘었으면 좋겠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도널드 창은

 현지 발음으로 이름은 쩡인취안(曾蔭權)이다. 1944년 홍콩 경찰의 아들로 태어났다.

화런(華仁)서원이라는 초급 대학을 졸업한 뒤 67년 고시에 합격해 관직에 발을 들여놓았다. 늦은 나이인 36세에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따낼 정도로 집념이 대단하다.

85년 홍콩의 주권 이양 작업에 관여했던 그는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근무하는 등 경제통으로 성장했다. 95년 중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홍콩 재무장관에 올랐다. 90년대 후반 아시아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막아내 능력을 인정받아 2001년 홍콩특구 제2인자인 정무사장을 맡았다. 전임 둥젠화의 잔여 임기를 물려 받아 임시로 행정장관 직을 수행한 뒤 3월 처음 실시된 행정장관 경선에서 야당을 누르고 당선됐다.

항상 나비넥타이를 매고 다니며 롤렉스 시계를 사 모으는 취미가 있다. 고향은 광둥(廣東)성 난하이(南海)며 조상은 공자(孔子)의 제자인 증자(曾子)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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