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원 수당인상안 부결/국민투표에서 왜 거부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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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정치꾼」보다 시민에 봉사하는 자세 중요”
『의원의 직업은 정치입니까.』
스위스 국민들은 최근 의원들에게 세비를 대폭 올려줘 생업에 신경쓸 필요없이 정치에만 전념케 하자는 「연방의회의원 보수인상 및 보좌관제」 안을 국민투표에서 부결시켰다.
우리나라에서도 논란이 되왔던 서울시의회의 활동비인상 및 의원보좌관제와 거의 흡사한 스위스의 이번 의원위상 논쟁은 「정치꾼」보다는 정치는 하되 자신의 비용으로 시민들에게 봉사하는 일이 의원상이라는 결론으로 매듭지어진 것이다.
현행 스위스에는 대통령을 비롯한 7명의 연방정부 각료를 제외하고는 정치만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정치가는 없다. 2백여명의 연방하원의원들은 자영업이나 변호사 등 생업을 갖고 정치를 병행하는 「파트타임 정치가」로 사무실 경비와 비서인건비 등은 자비로 충당하고 있다.
부결된 법안은 당초 사무량이 급격히 늘고 전문화되는 추세에 맞춰 직업정치인이 필요하다는 일부의원의 주장이 의회내에 대두되면서 동조자를 얻어 공식의제로 채택되게 됐다.
인상지지파는 유럽공동체(EC)통합 등 국제환경의 빠른 변화속에 스위스의 독자적 생존전략을 구상해야 하는 의원들이 정치에만 매달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 당은 이에 따라 지난달 수당·의회출석일당 등 연평균 6만프랑(한화 3천8백여만원)씩 지급받고 있는 연방의회 의원에 대한 세비를 50% 인상하는 한편 의원활동보조제를 신설,사무실 및 비서 비용 등 5만4천프랑(3천4백여만원)을 별도로 지원하는 안을 각각 상정했다.
그러나 인상반대파는 『국가 대사를 일부 정치꾼들에게 맡기는 것은 평범한 시민 모두의 참여를 보장하는 스위스 민주주의의 전통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의원이 시민의 주머니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면 유권자와의 자유로운 입장을 상실하게 되며 따라서 연방정부의 권한을 강화시켜 각 주의 자주성 또한 잃게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의원들 대부분이 10만프랑(6천3백여만원)이상의 고소득자들로 경비부족으로 인한 업무소홀은 핑계에 불과하다며 의원위상에 대한 국민의 심판을 요구했다.
결국 여론에 밀려 국민투표에 부쳐진 입법안은 72.5%와 69.5%로 각각 부결되고 말았던 것이다.<고대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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