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양주반입 연 2백90만병/한사람 평균 1·4병 들고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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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8백억원 상당… 적자에 한몫/어린이 가방에 넣어오는 얌체족도
달력에서 알콜기가 물씬 배어나오는 계절이다. 연말연시를 맞아 동창회·향우회·망년회 등 각종 모임이 잦아지면서 술과 가까이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들의 가방에도 연말연시 선물용 양주가 필수품처럼 들어있다. 그러나 해외여행객들이 별 생각없이 한두병씩 갖고 들어오는 양주가 해외여행 수지 적자에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해외여행객들이 기내·공항 면세점 등을 통해 들여오는 양주는 얼마나 될까. 관세청이 최근 전국 세관을 통해 들어오는 해외여행객들을 대상으로한 표본조사에 따르면 한햇동안 해외여행객들이 들여오는 양주는 모두 2백90만병.
이는 지난해 내국인 입국자가 2백12만2천95명인 것을 감안하면 한사람에 1.4병꼴로 해외에 나갔다 들어오는 여행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거의 예외없이 양주를 1병 이상씩 사가지고 들어온 셈이다.
이를 금액으로 따지면 1억5백만달러(약 8백억원)어치나 되며 국내에서 지난 1년동안 소비된 국산 양주 2천8백억원의 30%,위스키·코냑 등 양주류 국내 총수입액 4천1백75만달러보다 2.5배 가까이 많은 양이다.
일선 세관원들에 따르면 이처럼 해외여행객들의 양주 휴대가 많은 것은 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이후 종전 1병에서 2병까지 세금없이 들여올 수 있도록 완화된데다 면세점에서 살 경우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것보다 훨씬 싸게 살 수 있기 때문.
여행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시버스 리걸의 경우 면세점 가격이 1만5천원선인데 비해 시중에선 6만5천원선에 팔리고 있어 시중가의 4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최근 가족단위나 단체여행객들중 일부 여행자들이 1인당 2병씩 면세된다는 점을 악용,가족이나 일행끼리 양주를 두병씩 나눠 들여오거나 심지어 어린이 가방에까지 넣어 세관심사대를 통과하는 경우가 많아 양주반입량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어린이의 경우 가방을 검색당하더라도 보호자들이 『아이 담임 선생님께 드릴 선물』이라고 둘러대거나 『어린이라도 개인자격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오는데 면세범위내의 것은 괜찮지 않느냐』고 우겨 통관을 놓고 세관원들과 승강이를 벌이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다.<정재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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