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소니-로마제국 쇠락 ‘닮은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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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위기를 맞지 않으려면 로마제국의 전철에서 교훈을 얻어라.’ 삼성경제연구소가 기업들에 이런 충고를 던졌다. 27일 발표한 ‘기업 성패의 동태적 이해’란 보고서의 내용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어떤 기업이든 전성기 때 안일함이 쌓여 내부에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이 생기고, 여기에 외부 위협이 더해지면서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고 주장했다. 로마도 이런 과정을 통해 멸망했다. 세계 제국을 건설한 로마는 전성기를 맞아 쾌락주의에 물들면서 군사력이 점점 약해지는 가운데 게르만족의 계속된 침입이 겹쳐 결국 멸망했다.

 연구소는 미 자동차 회사 포드와 일본 가전업체 소니도 이와 똑같은 쇠락의 길을 걸었다고 비교 설명했다. 크고 튼튼한 차를 만들어 세계 자동차 업계 1위를 차지했던 포드는 퇴직자와 가족의 의료비까지 부담하는 등 방만한 경영을 했다. 중·소형차로 제품을 다양화하려는 노력도 게을리했다. 그러다 유가가 오르면서 중·소형차를 앞세운 일본 업체들의 도전을 받아 결국 지난해 127억 달러(12조원) 적자를 냈다. 소니도 자신들의 기술력을 맹신하며 아날로그 가전에만 집착하다 디지털 가전 위주로 시장 흐름이 바뀌면서 삼성전자 등에 밀려 2005년에는 1986년 이후 20년 만에 영업 적자를 냈다.<표 참조>

 연구소는 전성기 때 내부 위기 요인을 단속하지 않아 위기를 맞은 것이 비단 포드·소니뿐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1996년 미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중에 2005년에도 500대 기업 안에 든 것은 절반이 채 안되는 47% 뿐이라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창욱 연구원은 “미 GE는 잘 나갈 때 내부에 문제가 생기는, ‘전성기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함으로써 100년 넘게 세계 초일류 기업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GE는 끊임없이 ‘혁신’을 강조하며 임직원들이 새로운 사업과 시장 공략 아이디어를 내도록 독려했다. 보고서는 또 도요타도 2000년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회장이 “도요타가 내부에 안주해 도전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이 되지 못한다. 적은 도요타 안에 있다”고 강조하며 임직원들의 위기 의식을 높인 것이 세계 최고 업체로 자라난 원동력이라고 분석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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