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자의 친인척 자제 당부(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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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대통령 당선자는 지난 25일 가족 모임을 갖고 친인척의 정치참여 및 이권간여를 금지하는 엄명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가족중 정치에 뛰어들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부터 그런 생각을 버려야 할 것이고,친인척중에 부정비리 관련자는 일벌백계로 다스리겠다는 훈계를 내렸다 한다.
우리는 김 당선자가 가족 모임에서 보인 이처럼 단호한 자세는 정권인수를 앞둔 시점에서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판단하면서 그 결단이 흔들림없이 국정에 비쳐지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우리의 현대 정치사에서 매우 특이하게 거론되고 있는 친인척의 정치간여 금지라는 조항은 분명 정치가의 기본적 덕목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덕목으로 지켜지지 않았다는데서 문제가 생겨났다.
5공이후에 보였던 대통령의 친인척 관리의 문제점과 그들의 정치 및 이권개입에서 빚은 비리가 워낙 시끄러웠기에 누구나 친인척 관리를 입버릇처럼 되뇌게 되었다.
우리의 지난 왕조사에도 친인척의 정치 참여,특히 외척의 간여를 막기 위해 제도적으로 그들의 입조를 봉쇄까지 했다. 이런 제도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조선조 후기에 오면 외척의 발호가 거세지고 결국 망국의 길을 걷게 되면서 외척의 정치간여는 곧 망국의 화근이라는 고정관념으로까지 각인되었다.
현대 정치에 있어서도 친인척의 정치간여가 망국적 정치풍토라는데는 변함이 없다. 정치질서가 공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사적인 감정과 유대로 인해 결정되고 작용된다면 우선 정치의 공적질서가 파괴되기 때문이다. 또 통치자든 대통령이든 인간이라 사적인 채널을 열어놓고 있는 한,사사로운 정의나 감정에 얽매여 사리를 사적인 감정으로 판단할 소지가 있다. 때문에 아예 사적이 채널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 통치자를 위해 바람직한 것이다.
이제 우리는 권위주의 시절을 청산하고 새로운 문민정치와 시민사회에로의 진입을 맞는 시점에 서 있다. 최소한이나마 지난 시절과 다른 모습을 보이자면 자연 그 시작은 친인척의 정치 불개입 및 철저한 관리라는 기본적 덕목에서 비롯되어야 한다고 본다. 김 당선자의 사조직 집단이나 친인척중에도 유능하고 덕망있는 인사가 수없이 많을 것이고,또 그들이 이번 선거에서 몸과 마음을 아끼지 않고 헌신적으로 당선을 위해 일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자제와 절도있는 행동이 곧 김 당선자가 걸어야 할 대도무문의 걸림돌을 제거하는 역할이라고 본다면 그로써 자기역할을 다했다는 사명감을 지녀야 할 것이다.
친인척의 정치 및 이권 불개입의 엄명이 단순히 가족 모임의 사적 발언으로 끝나지 않고 향후 5년간의 정치역정속에서 부단한 실천으로 가시화되기를 모든 국민들이 지켜 볼 것임을 김 당선자와 주변 친인척들은 깊이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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