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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과의 새 관계/민간출신 국방장관 나올까(김영삼시대:1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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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문민」정신 입각… 인사갈등소지/전역자 대책·군비 축소 등 난제
최초의 완전한 문민정부가 될 김영삼정권이 풀어가야할 어렵고도 중요한 과제중의 하나는 지금까지 정치에 깊숙한 연관성을 가져온 군과의 관계정립일 것이다.
그것은 김영삼대통령당선자가 국방·안보분야에 대해 깊이있는 연구는 물론 실질적으로 군과 교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지 못했었다는 점 외에도 지난 30여년간 냉전과 군사우위통치체제에만 익숙해져온 군을 민간우위정치체제에 걸맞게 조속히 순치시켜 나가야 한다는 이중적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김영삼 문민정부가 군과의 관계정립에서 부딪치게 될 문제는 ▲안보수요에 대한 대응 ▲국방예산의 조정 ▲인사문제일 것이다. 이중 가장 큰 갈등이 예상되는 부문은 인사문제다. 여기에는 우선 군 자체 인사가 있고 군출신자에 대한 처우문제도 적지않은 문제다.
우선 결정돼야할 것은 국방부장관에 순수 민간관료나 안보관련 전문가를 기용할 것이냐,아니면 군출신으로 임명할 것이냐 하는 문제다. 이와 관련,지난 21일 최세창국방부장관이 사견으로 「군출신 장관론」을 언급했다가 즉각 민자당측으로부터 몹시 불쾌한 반응이 나타나 당황한 적이 있었다.
문민정부가 글자 그대로 문민우위통치를 실현하려면 국방장관도 마땅히 민간출신이 맡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군 일각에서는 군정권과 군령권이 이원화 돼있는 현합동군제하에서 군의 메커니즘을 잘 모르는 민간출신이 장관으로 올 경우 직무수행에 막대한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군사실무에 어두운 민간출신 장관은 몇몇 군수뇌부에 의해 얼마든지 따돌림당할 소지가 있으며 이렇게 될 경우 정부내에 불안한 갈등이 조성될 수도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그동안 군출신 정권의 보호아래 지나치게 비대화되고 금역시돼온 군부는 민간출신에 대해 본능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역대 국방부장관 28명 가운데 자유당정권의 신성모·이기붕·김용우씨,민주당의 현석호·권중돈씨 등 1,2공화국때는 민간출신이 장관을 맡기도 했으나 5·16이후로 군출신 일색이다.
2공때 현석호국방 등 문민출신이 군부의 따돌림을 받는 바람에 5·16쿠데타를 제대로 감지못한 것도 한 교훈이 될 수 있다. 국방부 본부는 현재 2차관보 2실 20국 79과로 구성돼 있으며 이 가운데 제1,2차관보와 기획관리실장(이상 예비역장성),민정협력관,재정국장,예산편성관 등 6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현역이 차지하고 있다.
문민통치를 보다 가시화한다는 차원에서 그동안 관례처럼 인식돼 왔던 군출신 보직우대관행도 근본적으로 시정해 나가야 할 과제중의 하나다. 이같은 인식은 최근 군내부에서도 차츰 공감대를 형성해가고 있다.
이와 함께 무시못할 문제는 군출신의 처우문제다. 그동안 3,4,5공에서는 군장성출신에게 대사 등 공직,국영기업체와 그 관련산하단체에 자리를 마련해 주었었다. 전국구의원이나 지역구공천도 때로는 군출신을 소화하는 출구로 이용되곤 했었다. 아마도 국방장관이나 국방부 중요직책을 당장 문민화하는 것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군출신을 소화하기 위한 배려는 거의 없어질 것이다. 이것은 군출신들에게는 상당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군맥으로 엮어져 있는 현체제내에서의 위치가 크게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차기 민간정부아래서 군은 국방예산확보에서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군출신 대통령의 보호아래 순조롭게 확보될 수 있었지만 앞으로 그런 특별배려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김영삼정부는 「금세기내 통일」이라는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적정수준의 군비통제와 장비현대화를 통한 전력증강사업을 병행추진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실제로 국방예산은 2급비밀로 분류돼 거의 성역화 돼있다시피 했다. 그 가운데서 군장비도입을 둘러싼 의혹,군수조달과정의 부정 등이 터져나왔지만 거의 군내부문제로 덮여져 왔다. 따라서 국방예산의 공개와 철저한 감사가 따라야 하는 것이다. 날로 늘어나는 군간부들의 조기전역사태를 예방하고 우수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군의 복지에 대한 욕구도 최대한 충족시켜 나가야 한다.
또 국방예산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방만한 군의 기구조직을 과감히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기무사와 정보사로 이원화 돼있는 보안·정보기능을 하나로 통합하고 유명무실한 국가안전보장회의나 옥상옥의 국가비상대책위원회 같은 기구를 해체하는 문제 등도 적극 검토돼야 할 중대사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김영삼정부는 임기중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과의 안보협력체제에 근본적인 전환기를 맞이하게 된다. 94년을 기점으로 평시작전통제권이 환수되고 이에 따라 한국방위의 한국화가 실질적으로 추진되는 기간이다.
때문에 김영삼문민정부의 대군관계조정은 참으로 미묘하고도 어렵다. 김영삼당선자측은 섣불리 군의 불만을 사는 대전환을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국내외의 여건은 그와같은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나타내고 있다.
이같은 여러가지 상황으로 미뤄볼때 김영삼당선자가 청와대를 강화하면서 안보보좌팀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김영삼문민정부는 적어도 군을 성역에서는 끄집어 내와야할 것이며 그것이 남북관계 등 전반적인 안보수요속에서 적정하게 이뤄져야만 할 것이다.<김준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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