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소설 연말대목「흥미 거리」강세|뉴욕타임스 집계 12월 베스트셀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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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해가 저물면서 미국 출판계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특히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맞물리면서 베스트셀러의 자리다툼은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달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집계는 소설부문에서 1, 2, 3위가 모두 새로운 작품으로 대체되는 등 극심한 기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대목을 노리는 출판사들이「읽히는 책」들을 급속히 쏟아내면서 내년초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소설부문 1위를 차지한 『돌로레스 클레본』은 저명한 추리작가 스티븐 킹의 작품으로 종업원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한 여인이 법정에서 30년전 남편을 살해한 사실을 고백하면서 이로 인해 엄청나게 변해버린 그녀의 삶을 그리고 있다. 킹의 또 다른 소설 『제럴드의 게임』도 베스트셀러 11위에 올라있어 저력을 과시하고 있는데 이 작품은 침대다리에 수갑이 채워진 한 여인이 겪는 28시간동안의 공포를 스릴 있게 그리고 있다.
2위에 오른『엇갈린 축복』은 추리작가로 역시 명성을 얻고있는 대니얼 스틸의 작품으로 아이를 갖는 문제로 고민하는 세 쌍의 부부 이야기를 흥미있게 묘사한 것이다.
3위의 『멕시코』는 자신의 조상을 찾아 나선 한 미국인 저널리스트가 미국 남쪽에 위치한 멕시코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알게 된다는 내용이다.
앤 라이스의 『시체 도둑의 사연』은 꾸준히 상위랭크를 지키면서 장기 베스트셀러 권에 진입. 「북 오브 더 먼스」클럽이 우수한 책으로 선정한 이 작품은 중견여류작가 라이스의 『흡혈의 연대기』시리즈 중 네 번째이다.
『흡혈귀와의 면담』으로 시작된 시리즈의 주인공은 살기 위해 살아있는 생명체의 피를 마셔야하고, 죽지도 않고 몇 백년을 살고있는 흡혈귀. 그를 통해서 삶을 이해하려는 라이스의 흉측한 이야기가 왜 이렇게 대단한 인기가 있는 것일까.
이번 소설의 배경은 마약이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마이애미. 컴퓨터·콘돔을 쓰고 있는 이 사회에 흡혈귀는 사람들과 아주 가깝게 접촉하면서도 늘 외로움을 느껴야하고 먼 장래를 기대하면서도 언제나 자기존재에 회의를 느껴야 한다. 저자는 흡혈귀의 이 딱한 하소연을 들려주는데 이야기는 정열적·위력적이고 번쩍이는 창의력이 있어 독자로 하여금 그 사연을 통해 자신들의 슬픔과 몸부림을 보도록 유혹하고 있다. 초판 50만부를 찍었다.
41주째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오르고 있는 존 그레셤의 『펠리컨 소송 의뢰서』는 이달에도 5위에 랭크돼 최장기 베스트셀러를 기록.
초판을 1백만부나 찍은 시드니 셸던의 『별빛은 쏟아지고』는 8위를 차지했는데 10주 연속 랭크되고 있다.
12작품 모두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그의 소설은 하나만 읽어도 다 읽은 거나 마찬가지로 같은 이야기이지만 새로 나온 것은 또 다르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에 몇 장 들춰보다가 끝까지 읽어버리는 속성을 지니고 있는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잔잔한 감동을 그린 닉 밴톡의 작품 2개가 리스트에 올랐는데 『그리핀과 새바인』이 6위, 이 작품의 속편이라 할 수 있는 『새바인의 노트북』이 12위에 각각 올랐다.
비소설 부문에서는 걸프전의영웅 노먼 슈워츠코프의 자서전 『영웅이 아니었더라도』가 2위를 지켜 11주째 리스트에 오르고 있다.
이 책은 아버지 때로부터 2대째 웨스트 포인트 출신이며 개선장군으로 고향에 돌아와 군복을 벗은 슈워츠코프의 일생을 그렸다.
제목에서 풍기는 겸손함은 그가 용맹만을 앞세우는 장군이 아니라 부하의 사람됨 하나 하나를 자상하게 헤아렸던 지장이었음을 웅변해 준다.
비 소설에서 눈에 띄는 것은 6위에 오른 마돈나의 『성』으로 이미 뮤직비디오로 선정성을 한껏 과시한 마돈나가 출판계에까지 파고든 작품. 에로틱한 사진들을 모은 마돈나의 자서전적 사진 집이다. 【조승훈<을지서적 외서코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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