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고본교과서 전시회(지방패트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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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조선시대에서 70년대까지/초등 교과서 “총집합”/서당 교재 등 시대별로 5백50권 전시/일제시대,6·25당시 수업장면 사진도
「단군은 아동방에 수출하오신 인군이라. 태백산단목하에 강생하샤….」
1909년 개화기에 쓰였던 국민학교 국사교과서 초등대동역사의 첫머리다.
암울했던 일제시대와 해방후 열악했던 교육환경에 대한 이해를 넓혀줄 수 있는 「고본교과서 전시회」가 21일부터 청주시 영동 충북학생회관 전시실에서 열려 방학을 맞은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내년 1월20일까지 한달간 열리는 이 전시회는 충북학생회관(관장 이종록)이 마련한 것으로 맹자 등 조선시대 서당교재로 쓰있던 한문교과서 40종을 비롯,개화기·일제시대·해방이후∼70년대 등 시대별 초등교과서 5백50권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서구식 교육제도와 조선시대의 구교육제도가 혼재하던 개화기의 교재로 수집돼 전시된 20여권의 교과서는 과목 이름만으로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문법서 『조선어문음전학』,지리교과서 『초등만국지리대요』,산수교과서 『신정산술』,국사책인 『동국역사』 등이 그것. 또 전시교과서중에는 신찬이화학도 있어 이 당시에도 국민학교 학생들이 신식학문인 화학을 배웠음을 보여주고 있다. 일제시대에 쓰였던 교과서로 전시장에 선보인 것은 모두 66권.
이 전시대에 발길을 멈춘 학생들은 일본어가 국어과목으로 돼있고,6학년용 초등국사가 일본왕 계보로 시작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당연한 사실로 이해하면서도 새삼 놀라는 표정들이다.
한일합방직후 일본 문무성이 발행한 책은 심상소학지리학 등 각과목 이름앞에 「심상소학」(보통학교)이란 용어가 공통으로 사용됐고,1910년대 후반부터는 이를 조선총독부가 발행한 것으로 돼있다.
이 당시 교과서도 대부분 70∼80쪽으로 국판과 비슷한 크기였으며 5학년용으로 국사참고서도 있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해방후 쓰인 교과서는 유네스코지원을 받아 군정청 학무국이 발행했다.
그중 희귀본으로 알려진 방학책 『여름동무』가 눈길을 끄는 가운데 음악책은 『초등노래책』으로,산수는 『셈본』으로,사회생활과목은 북한지역도 똑같이 다룬 『우리나라의 생활』로 각각 엮어져 당시의 교과내용·교육이념 등을 짐작케 한다.
또 6·25후 50년대 쓰였던 것으로 「농사짓기」라는 과목의 교과서는 보릿고개를 연상시킨다.
이때 교과서는 대부분 갖고 다니기에 편하게 사전보다 가로가 약간 긴 18×15㎝로 작아졌으나 1백쪽 정도로 두꺼워진 것이 특징이다.
한편 6·25직후 문교부 발행 사회책은 『우리나라의 생활』에 우리나라 인구가 43년에는 2천5백82만7천3백명이었다가 51년엔 2천32만6천7백명으로 무려 5백여만명이 준 남한인구만을 기록해 남북분단의 역사가 시작됐음을 알리고 있다.
이와 함께 일제시절 칼을 찬 일본인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찍은 사진,6·25직후 나무판자로 칸막이를 한 노천교실에서 수업하는 장면 등 10여점의 사진들도 전시대앞 벽에 걸어 학생들에게 역사의 아픔을 자각하기에 충분하도록 했다.
이종록관장은 『준비기간만 6개월이나 걸렸다』며 전시품 확보의 어려움을 털어 놓으면서도 『학생들의 호응이 좋아 내년에는 중등교과서 전시회도 열겠다』고 계획을 밝혔다.<청주=안남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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