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도시락·샌드위치 등으로 식사해결(지구촌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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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일본 「중식족」 급증/아침·저녁 식탁에도 올라/시장 6천억엔… 업체 군침
6천억엔의 「중식시장」을 잡아라.
일본의 식품업체들은 벤또(도시락)로 대표되는 중식시장을 확장하는데 사운을 걸고 있다. 직장·가장 할 것 없이 중식을 즐기는 것이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중식이란 벤또·샌드위치·부식품 등을 편의점 등에서 구입해 사무실·가정에서 먹는 것으로 식당에서 음식을 사먹는 외식도 아니고 가정에서 주부가 손수 장만하는 음식도 아닌 양자의 성격을 반반씩 가진 의미로 쓰인다.
51개 중식업체가 모인 벤또공업협회측은 시장 규모가 최근 10년간 최소 10%씩 증가,올해 6천억엔 규모가 됐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중식시장 최대 점유율을 자랑하는 세븐일레븐 저팬사 편의점 매출액의 21%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중식이며 이에 힘입어 연간 매출액이 올해 처음으로 2천억엔을 넘어섰다. 중식전문업체 다카시마야(고도옥)는 창사 3년만에 동경시내 금싸라기땅인 오피스가에 50평 규모의 편의점 8개를 확장했다. 다카시마야측은 점포당 하루 1천명의 고객을 예상했으나 그보다 20∼30%를 초과하고 있으며 오테마치(대수정)점에선 하루 3천명을 넘는 경우도 있다.
중식시장이 이처럼 번창하게 된 것은 직장여성이 늘어나고 「거품경제」가 사라지면서 나타난 이른바 고식 또는 개식으로 상징되는 식생활 패턴 변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중식산업의 원조격인 홋카홋카정은 『80년대초만해도 어딘가 궁상맞고 쓸쓸한 이미지가 있어 주부들의 장바구니속에 중식을 감추기 바빴다』고 술회한다. 당시 신문들도 『게으른 주부들이 자식들의 저녁밥상에 시장에서 사온 벤또를 내놓는다』고 통박할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의 생활변화,그리고 중식 서비스 수준 향상으로 분위기가 급변했다. 푸드시스팀총합연구소 모기 신타로(무목신태랑) 조사부장은 『예전의 식사준비는 주부의 당연한 의무였으나 요즈음은 시간에 쫓기는 생활이 일상화된 일본에서 중식이 필수품이 됐다』고 말했다.
패선업체에 근무하는 니보리 나오코(신굴직자·23)양은 매주 3회씩 3백50∼8백엔의 중식을 먹는다며 『외식하면 1인당 1천엔씩은 잡아야 하고,그것도 한시간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홋카홋카정측은 『최근 경기침체로 회사원들의 야근이 줄어들면서 매상이 줄고 있다』고 걱정하면서도 전체매출실적은 지난해보다 5% 늘었다며 중식열풍을 시인했다. 중식시장이 이처럼 커져가는 데는 업계의 피나는 경쟁도 한몫한다. 와라베야 니치요사의 경우 밥이 맛을 잃지 않도록 냉장하는 기계를 새로 개발해 냈다.
세븐일레븐 저팬사는 올해초 중식 매출이 주춤해지자 45일간 전사원을 대상으로 아이디어를 공모,밥맛을 유지하는 특수차량을 개발해냈다. 이 차량은 밥맛이 최고에 달하는 섭씨 20도를 유지하며 매장까지 운반할 수 있도록 돼있다. 이 회사는 『소비자들의 입맛이 까다로워져 봄에는 죽순,가을에는 버섯식으로 계절음식까지 신경을 써야 살아남는다』고 밝혔다.
한 편의점의 중식상품을 보면 돈까스 도시락·2단 도시락 등 도시락 40여가지,빵 1백여가지,오니기리(주먹밥) 10가지,디저트 40여가지 등이다.
3백60개에 달하는 술집·쌀가게가 최근 1년동안 세븐일레븐 저팬사의 편의점으로 간판을 바꿔달 만큼 『중식산업은 이제 때를 만났다』는 것이 오토모 타로(대우태랑) 와라베야 니치요사 사장의 전망이다.<이기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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