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바란다/본지서 백명대상 설문조사(공무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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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깨끗한 정치·물가안정 기대”/87%가 “인사 불공정”/봉급인상공약 “이행 44%,식언할 것 56%”/“안기부·청와대 등 입김으로 업무고충도”
대통령선거기간중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던 대다수 공무원들은 새정부 출범 약 2개월을 앞둔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중앙일보는 23,24일 이틀간 내무부를 비롯해 교육부·보사·건설·동자·재무·상공·농림수산부와 환경처 및 서울시·경찰청 등 11개부처·기관 공무원 1백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에서 공무원들은 김영삼대통령당선자에게 ▲거짓없고 깨끗한 정치의 구현 ▲물가안정 ▲민생치안확립 ▲전통문화의 발전 계승 등 많은 주문을 했다. 또 공무원들의 87%가 이런저런 이유로 인사에 불만을 품고 있으며 56%는 김 대통령당선자의 선거공약인 「공무원 봉급의 공공기업체수준 인상」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인사에 불만이 있다면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36%가 「지연에 치우치는 경우가 많은 편」이라고 응답했으며 ▲능력위주보다 연공서열이 심한 편(32%) ▲로테이션이 잦아 전문성을 쌓기 어렵다(11%) ▲학연을 많이 따지는 편(8%)이라고 답변,87%가 인사의 불공정성을 지적했으며 「공평하고 효율적이어서 불만이 없다」는 답변은 13%에 그쳤다.
김 대통령당선자가 선거공약으로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공무원 봉급을 공공기업체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약속한데 대해서는 응답자의 56%가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선거공약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그러나 44%는 이번엔 지켜질 것이라고 답변,차기대통령에 대해 신뢰와 기대를 나타냈다.
봉급인상 약속이 지금까지처럼 물거품이 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응답자 79명중 86%(68명)가 「해주고는 싶겠지만 부족한 예산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때문」이라고 답변,대체로 정부입장을 이해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후보마다 공약했지만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으니까(7명) ▲공무원들의 환심을 사기위해 으레하는 것이니까(4명)라는 다소 냉소적인 항목을 꼽은 공무원들도 있었다.
국가공무원법에 규정된 신분보장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75%가 「그렇다」고 답변했으며 부정적 답변은 25%에 그쳤다.
설문조사지에 직접 기입하는 형식으로 물은 「신분보장이 안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 새 정부가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는 다양한 답변이 나왔다. 그 가운데 정치적 압력이나 입김을 없애달라는 주문이 11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는 특히 건설·상공·동자부 등 경제부처와 경찰공무원들의 답변에서 대부분 나왔다.
이밖에도 ▲하위직과는 달리 4급(서기관)이상 중견공무원들의 경우 정년전 권고퇴직이 많은 편이므로 이를 시정해달라 ▲책임감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소한 잘못을 했을 경우 관용을 베풀어달라 ▲신분보장규정을 강화해 직업공무원제도를 정착시켜달라는 등의 건의도 상당수에 달했다.
복지부문에 대한 불만이 있을 경우 복수응답해달라는 항목에서는 인사정체가 59건으로 으뜸이었으며 이어 ▲안기부·청와대 등 외부기관의 간섭,동네북 신세 등 업무스트레스(29건) ▲시간외근무 등 과로요인(27건) ▲솔선수범이라는 명목으로 가끔 사생활을 침해받는 것(21건) ▲법정휴가 및 휴양시설 미흡(18건) ▲주택문제(15건) 등의 순이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및 기타분야에서 김 대통령 당선자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이냐는 기입형 질문에는 수많은 건의사항이 쏟아졌으며 그 가운데 거짓없고 깨끗한 정치와 안정(44건),물가안정(41건),민생치안과 사회질서확립(33건),지역간·계층간 갈등해소 및 대화합(33건),전통문화계승과 문화부문의 자율성장(24건)이 주류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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