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선씨 "꿈의 무대서 재즈 불러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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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뉴욕 무대에 서리라고는 믿었지만 생각보다 기회가 빨리 와 기쁘면서도 떨리네요”

한국은 물론이고 프랑스에서도 사랑 받고 있는 재즈 가수 나윤선(38·사진)씨. 수정처럼 영롱한 목소리로 재즈를 부드럽고 감미롭게 불러주는 보컬리스트. 그런 그가 26일 (현지시간) 세계 최고의 재즈 공연장 중 하나인 미국 뉴욕 링컨센터 로즈 시어터에서 단독공연을 펼친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이다. 공연 전날인 25일 숙소인 뉴욕 허드슨 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프랑스에서 재즈를 배운 그는 재즈의 1번지에서 노래한다는 사실에 무척 행복해 했다. 나씨는 “재즈 뮤지션이라면 한번쯤 공연하고 싶어하는 곳이 뉴욕”이라고 말했다. 자존심 강한 파리의 재즈인들도 미국 무대를 최고라고 인정할 정도라는 것이다.

특히 그는 뉴욕 중에서도 로즈 시어터에서 공연하게 돼 흡족해 했다. ‘재즈의 고향 ’로도 불리는 로즈 시어터는 맨해튼의 명소인 타임워너 센터 내에 위치한 재즈 전용극장이다. 뉴욕 공연예술의 총본산으로 꼽히는 링컨센터가 재즈 공연을 위해 특별히 설치한 무대다. 현존하는 최고의 재즈 트럼펫 연주자라는 윈튼 마살리스가 음악감독이다.

명성에 걸맞게 이곳에 서기는 대단히 힘들다. 이번 공연의 기획사 측은 “유럽에서 명성있는 나윤선이지만 10가지 이상의 서류를 내고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선지 나씨는 긴장을 풀지 못한다고 말했다. 미국 무대가 얼마나 차가운 지 경험했기 때문이란다. 사연은 이랬다. 지난해 9월 뉴욕에 있는 ‘빌리지 뱅가드’라는 유명한 재즈바에 들린 적이 있었다고 한다. 마침 그 곳에서는 당대 최고의 재즈 피아니스트로 꼽히는 프레드 허쉬의 공연이 열리고 있었는데 관객이 8명 밖에 없었다. 재즈가 워낙 특별하지 않은
뉴욕이라서 허쉬 같은 거장도 이 정도의 대접 밖에 받을 수 없다는 현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더욱 도전해 볼 만한 가치를 느꼈단다.

나씨는 재즈를 “형식이 단순하면서도 그날의 상황에 따라 즉흥적인 변화가 뒤따르는 자유로운 음악”이라며 “재즈를 부를 때 자유를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활동중인 나씨는 1994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에서 조연으로 발탁되면서 가수로 데뷔했다. 이어 프랑스 유학을 가면서 재즈에 빠졌다. 2005년에는 문화관광부에서 주는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받았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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