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윤현숙씨 휴대폰서 발신음 확인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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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의 오낙영 참사관은 26일 "탑승자들의 휴대전화 두 대가 아직도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수색팀이 해외 로밍 서비스를 받은 한국 관광객의 휴대전화에 통화를 시도한 결과 두 대의 전화에서 발신음이 울렸다는 것이다. 휴대전화 두 대 중 하나는 KBS 조종옥 기자의 부인인 윤현숙씨의 것으로 전해졌다. 오 참사관은 "이는 사고 항공기가 폭발하지 않았음을 의미하며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을 희박하게나마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휴대전화는 어떻게 울릴 수 있었을까. 승객들은 기내에 들어가면 휴대전화의 전원을 끄도록 요청받는다. 휴대전화 전자파가 비행기의 전자기기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발신음이 들린다는 것은 기체가 폭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가 된다. 기체가 폭발했다면 휴대전화도 이로 인해 폭발하거나 훼손됐을 수 있다. 사고가 난 AN-24가 동체 착륙했을 경우 가능한 상황이다. 생존자가 있어 전원을 다시 켰을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주고 있다.

또 사고 추정 지역은 캄포트주(州)에 위치한 해발 1000m 산악지대로 열대우림의 정글이다. 통신시설이 좋지 않아 휴대전화 통화가 거의 힘든 곳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휴대전화가 울렸다. 사고 지역에서 30㎞쯤 떨어진 캄포트 시내의 통신기지국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캄보디아 군경 수색팀은 이날 헬기 4대와 1000여 명의 병력을 동원해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항공기 동체나 잔해를 발견하지 못했다. 수색팀은 불시착해 밀림지역에 파묻힐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사고 여객기가 추락하면서 폭발했을 경우 인공위성에서 관측됐을 텐데 이에 대한 보고가 들어오지 않은 상태다. 수색팀은 휴대전화의 발신지를 추적해 추락지점을 수색 중이다.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캄보디아 항공청의 힘 사룬 청장은 "사고 후 3~4시간 안에 동체를 발견할 경우 생존자를 발견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사고 난 지 하루가 지났기 때문에 과다 출혈로 인한 사망자가 상당수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프놈펜=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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