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포경수술, 에이즈 예방 효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포경수술을 꼭 해야 할까. 포경수술 무용론에 대한 논란에 대한 해답은 아직 없다. 하지만 에이즈 예방을 위해선 반드시 포경수술을 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미국 워싱턴 의대 존 크리거(비뇨기과학) 교수는 지난달 18∼24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미국비뇨기과학회 연례모임(2007 AUA)‘에서 “포경수술이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의 위험을 절반 이상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남자의 90% 이상이 포경수술을 받지 않은 아프리카 케냐 키수무 지방이 인구 수로는 아프리카 전체의 10%에 불과하지만 HIV 감염률은 아프리카 전체 감염자의 70%에 이를 정도로 높은 것에 주목했다.

그래서 그는 이 지역의 6700여 명을 무작위로 선정, 포경수술 유무에 따라 각각 1400명을 2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그는 포경수술을 받은 사람의 HIV 감염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무려 51∼76%까지 적은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HIV 유병률이 국가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사실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포경수술을 받은 사람이 많을수록 에이즈 환자가 적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입증한 것이다.
 
그렇다면 포경수술을 받으면 왜 에이즈 감염 기회가 줄어들까.
 
크리거 교수는 이를 “귀두를 감싸고 있는 표피가 면역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가톨릭의대 비뇨기과 조용현(아시아요로감염학회 부회장국제화학요법학회 운영위원) 교수는 “표피를 까보면 지저분한 찌꺼기(스메그나)가 침전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염증 반응이 쉽게 일어나고, 바이러스가 생존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조성된다”고 말했다. 상처가 날 경우 바이러스의 통로 역할을 한다는 것.
 
크리거 교수는 현재 동물실험과 사람의 표피를 이용한 면역세포 화학연구를 포함해 대규모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

고종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