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표 수집은 나의 제2직업"|영 왕립 우취협 평의원 된 한국 우취연 강윤홍 부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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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한국 우취 연합회 강윤홍 부회장 (64·무역회사 삼정사 대표)이 우리 나라 사람으로는 처음으로 최근 영국 왕립 우취 협회 (RPSL) 평의원에 피선됐다.
RPSL은 1863년에 창설된 세계 최고의 우취 협회로 평의원은 영국인 3백53명·기타 외국인 3백20명 선으로 엄격히 제한돼 있다. RPSL은 지난 11월5일 연례 평의원 회의에서 강씨를 종신 회원으로 선출했다.
『세계의 우취 동호인들로부터 우리의 우취 수준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또 개인적으로는 10명도 채 안되는 아시아권 평의원 중 한사람이 됐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강씨는 ▲평생 우취가 ▲세계적인 우표 수집 ▲국내외 우취계에 대한 공헌 등을 인정받아RPSL의 평의원에 선출됐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우표 수집을 시작, 6·25전쟁 중에도 쉬지 않고 모았습니다. 우표수집은 저로서는 취미가 아닌 또 하나의 직업이랄 수 있습니다.』강씨는 현재 대형 앨범으로 30권 가득 우표를 모아놨다. 수집 우표 중에는 우리 나라 최고 (1884년)의 것도 있고 수억원을 호가하는 「보물」도 몇장된다.
그는 7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각종 국제 우표 전시회에서 십여번 입상해 이미 RPSL이 유력한 평의원 후보로 점찍어 놓았었다. 강씨는 이와 함께 한국 우취 연합회의 전신인 대한우표회의 창설 멤버로 활약한 점과 지난 75년 한국 우취 연합회를 세계 우취 연맹에 가입시킨 공로를 RPSL로부터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우표 수집가는 타고나는 것』이라며『모아서 정리하고 분류하길 좋아하는 성질이라면 일단 우취가로서 자질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모으다 보면 우표도 돈이 된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며『요즘 나오는 우표라면 1백년쯤 지난 뒤에 가치를 발할 것』이라고 귀띔한다.
강씨는 우표를 모아둔 곳에는 애들이 얼씬거리지도 못하게 할만큼 소중하게 우표를 모아왔다. 우취 전문가들은 이런 그를 가리켜 우리 나라에 몇 안되는 뛰어난 필라텔리스트(philatelist)라고 말한다·수집가 (collector)의 수준을 이미 넘어서. 예술의 경지에 다다랐다는 칭찬이다. 일련의 우표를 이용해 작품을 꾸미는 주제의식 이랄지 연구 수준이 이미 세계적인 우취가로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우표 제작 수준을 세계적으로 중급 수준으로 보는 그는 인쇄 기술은 손색없지만 도안에 대한 투자가 인색하다고 꼬집는다. 그는 우표 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83년 국민 훈장 목련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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