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 화해 시도하는 현대그룹/현대 임직원 천여명 비상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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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정치와 절연 하겠다”/“연초에 창업주뜻 못막아…” 반성/수배자 출두시켜 조기수습 희망
현대그룹이 국민당 대선참패의 상처를 빨리 씻기 위해 21일부터 대정부 화해와 경영정상화를 위한 바쁜 발걸음을 시작했다.
현대는 21일 정세영그룹회장 주재의 과장급이상 간부조회에서 「정치와의 절연」을 선언하고 본사 및 현대자동차 일선 영업소 등에 내붙었던 「관권탄압 중지」와 같은 플래카드를 떼어내는 등 본업으로 되돌아가기 위한 조치에 착수했다.
○…21일 아침 서울 계동 그룹본사 지하강당에서 열린 특별조회에는 40개 계열사 사장단 등 1천여명의 간부가 참석,강당밖에까지 직원들이 늘어설 정도로 관심을 끌었고 참석자들은 행사시작 20여분동안 입을 떼지 않은채 무거운 표정이었다.
정 회장은 사장단과 간단한 모임을 가진뒤 오전 8시30분쯤 조회장에 나왔고 20분간에 걸쳐 그룹의 입장을 발표,『2000년까지 현대의 각사가 세계 굴지의 기업이 될 수 있게 노력하자』는 마지막 말이 끝나자 임직원들은 박수로서 환호했다. 정 회장은 『회사가 다시는 정치바람에 휘말리는 일이 없을 것임을 다짐한다』며 『국민대화합 차원에서 대통령당선자가 아량을 베풀어 현대그룹이 다시 이 나라를 선진국 대열에 진입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정부에 화해의 손짓을 보냈다. 조회는 CCTV를 통해 그룹본사 각 사무실에 중계됐다.
○…현대그룹은 이날의 입장 표명을 계기로 정 회장이 현승종국무총리 면담을 추진,그동안의 물의에 대해 사과하고 임직원에 대한 선거법위반 수사에서의 선처 등을 요청할 계획이다.
현대측은 또한 수사가 빨리 마무리될 수 있도록 성의표시를 한다는 차원에서 수배자들을 자진출두시킬 것도 검토하고 있다.
현대는 또 구속·수배로 인한 경영공백을 빨리 메우기위해 국민당에 지원나간 4백여명의 인력중 희망자는 회사에 복귀시키고 1월 중순께 대규모의 임원인사를 시행할 방침이다.
또한 선거지원으로 인해 늦어졌던 내년도 사업계획을 이번주중에 마무리하되 당초 계획보다 상향조정하는 의욕을 담을 방침이다.
그룹측은 대통령이나 대통령당선자와의 면담계획은 없으며 대국민 사과광고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이날 조회에서 『정주영 창업주가 연초 최고경영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치에 참여했었다』고 회한의 심경을 피력하고 『창업자와 뜻을 같이하거나 대세에 밀려 선거를 도운 임직원의 노고에 감사한다』는 말문을 열었다. 정 회장은 그러나 현대는 어려운 때일수록 단합해 난관을 타개해온 전력이 있다며 잠재력을 다시 발휘해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는데 힘을 쏟자고 당부했다.
정 회장은 이어 『나라의 대통령은 하늘이 내려주시는 것』이라고 전제,『김영삼대통령당선자는 유능하고 합리적인 분이며 민생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하신 만큼 현대의 노력도 지원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나아가 김 당선자에게 「감히」 ▲국민이 골고루 잘사는 경제성장을 위한 안정된 사회분위기 조성 ▲경쟁국 3배인 금리의 국제수준인하를 요망한다고 덧붙였다.<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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