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대통령 뽑아야 하나/이상우 서강대교수·정치학(특별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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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어떤 대통령 뽑아야 하나/민주주의 옹호·경제정의 실현 시급/흐트러진 기강 바로잡을 능력 중요
『그 일을 제일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장관직에 앉히는 일,그리고 그 사람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정치적으로 지원하는 일,이 두가지가 미국 대통령이 해야할 일 모두』라고 한 미국 정치학자가 말했다. 대통령은 모든 문제에 대한 전문가일 수 없다. 소신·지식·실천력을 가진 사람을 골라 일을 맡겨야 한다. 직접 나서면 일을 그르친다. 장관직은 일을 하는 자리지 자기가 신세진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떡이 아니다. 장관직을 「누리는 자리」정도로 알고 마구 나누어 주다 보면 「6공」이 된다.
○인재등용 능력 있어야
대한민국은 민주주의국가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대통령은 정통성을 가질 수 없고,정통성이 없으면 권위를 못가진다. 권위 없는 대통령은 통치를 할 수 없다. 당선 이후에도 계속 국민의 지지를 늘려가는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정통성을 잃으면 「5공」이 된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헌법과 법률을 어기면 아무리 좋은 업적을 만들어내도 독재자의 낙인이 찍힌다. 법치 아닌 인치를 하는 대통령은 나라의 민주질서를 파괴한다. 즉 「3공」이 된다.
대통령은 최고 정치지도자이면서 최고 행정책임자다. 정치지도자는 국민들에게 믿을 수 있는 밝은 미래상을 제시해 국민들이 희망을 가지고 따르게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한다. 오늘 우리 국민들이 불안해 하고 방황하는 이유는 당장의 어려움 때문이 아니라 앞날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새 대통령은 국민에게 꿈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가 국민을 위해 일한다고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이것은 비극이다. 위험한 일이다. 관리의 기강이 깨어져 관리들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관리들은 국민들 속에서 가려뽑은 우수한 인재들이다. 학식과 덕망을 갖춘 분들이다. 다만 이분들이 일해나갈 준칙을 최고 행정책임자가 제시해 주지 않기 때문에 이렇듯 불신받는 관료체계를 만들어냈다. 논공행상이 분명하고 잘못을 엄격히 다스리는 기강을 세우는 일이 또한 새 대통령이 해야할 일이다.
○무너진 권위 다시 회복
새 대통령은 우선 그동안 흐트러졌던 기강을 바로잡고 제대로 되지 않았던 일을 고치려는 「정상회복」작업부터 해나가야 한다. 이번 대통령은 나라가 정상을 되찾게 어지러진 일들을 수습하는 것을 제일 급한 과제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첫째로 「자유민주주의」기본가치 질서를 뚜렷하게 다시 세워나가야 한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기본가치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세운 나라다. 그런데 냉전종식과 더불어 이러한 기본가치에 대한 신념이 흔들리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냉전시대의 반공도구 정도로 착각하는 정치지도자를 보면 한심하다. 통일정책·북방정책에서 우리의 신념체계가 흔들려온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온세계가 놀라고 있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기본가치로 하는 나라라는 것을 재천명해야 한다.
둘째로 나라와 사회의 기강을 다시 세워야 한다. 민주화의 물결속에서 우리사회는 구석구석에까지 무질서가 번져있다.
민주화는 권위주의의 타파로 시작된다. 권위주의란 없는 권위를 힘으로 행사하려는 생각을 말한다. 그런데 권위주의 타파가 권위의 타파로 잘못 번져왔다. 질서는 권위로 유지되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폭력이 아닌 권위의 지배를 말하는 것이다. 깨어진 권위를 되살리는 전국적 운동을 선도해야 할 책임이 새 대통령에게 있다.
셋째로 질서의 회복이다. 질서란 결국 약속의 준수에서 이루어진다. 크고 작은 약속들이 지켜지는 풍토를 다시 만드는 일에 새 대통령은 앞장서주어야겠다. 모든 법규와 규칙의 엄격한 실행이 있어야겠다.
넷째로 경제정의의 실천이 급하다고 생각된다. 오늘 우리 국민들이 제일 불만스러워 하는 것이 바로 이점이기 때문이다. 경제정의란 제몫을 제가 갖도록 해주는 것이다. 일한 사람이 일한만큼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불로소득이 불가능 하게 해주는 것이다. 죽도록 일해도 집한칸 만들 수 없는 세상이라면 누가 무어라해도 경제정의는 깨어진 셈이다. 부동산으로 떼돈 번다든가 은행빚으로 재벌행세 하는 사람들이 버젓이 행세할 수 있는 경제질서라면 누구도 정의라고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새 대통령은 이점을 잘 명심해야 한다.
다섯째로 정부정책에서 균형을 회복해 나가야 한다. 새 친구를 얻는다는 생각에서 오랜 친구를 버리는 일,없는 돈으로 국교수립을 사는 일같은 일들은 다시는 있어선 안될 일이다. 국민소득이 5천달러선을 넘었는데도 초·중·고교를 빈사상태로 놓아두고 대학을 3류수준에 머무르게 해두었다면 역시 균형을 잃었다는 소리를 들을만하다. 균형감각의 회복도 과거청산의 급선무중 하나다.
○균형감각 갖춘 사람을
새 대통령은 한마디로 안목을 갖춘 정치지도자이면서 동시에 훌륭한 행정관리자여야 한다. 이 어려운 자질을 갖춘 드문 인재를 뽑아야 하는 것이 국민들의 일이다. 국민들의 이성적인 판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선거다.<필자 이상만교수는 일본 경응의숙대학 법학부 방문교수로 동경에서 연구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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