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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기업 마케팅 ‘넷심’에 맞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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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지난해 말 현대자동차 홈페이지의 게시판과 일부 포털 사이트에 “신형 아반떼를 시속 60~80㎞ 속도로 몰다 보면 떨림이 일시적으로 심해진다”는 글이 하나 둘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무심하게 보고 넘긴 현대차 사람들은 비슷한 내용의 글이 며칠 만에 수백 건 쏟아지자 정비 관련 부서에 부랴부랴 알렸다. 조사해 보니 지난해 6~8월 생산된 차량에서 일부 결함이 발견됐다. 문제가 있는 1만6192대를 현대차 직영서비스센터에서 무상 수리해줬다.

인터넷상에 기업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터넷 게시물과 댓글이 ‘막강 파워’를 발휘하고 있다. 인터넷 글은 많은 네티즌이 동시에 읽고, 펌글로 옮겨다니고, 댓글이 따라붙으면서 순식간에 소비자들 사이에 파급되기 때문이다.

◆기업 떨게 하는 ‘넷심’=올해 4월 한 유명 도넛 업체는 ‘제품 포장지에 쓰면 안 되는 화학물질이 들어 있어 비위생적’이라는 인터넷 글로 곤욕을 치렀다.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이 글이 각종 인터넷 카페와 개인 블로그로 옮겨지고 비난성 댓글이 무수하게 따라붙었다. 해당 관청의 조사 결과 근거 없는 것으로 판명났지만 회사는 이미 판매가 줄고 브랜드 이미지에 손상을 입는 등 피해가 막심했다.

최근 인터넷 포털 다음의 토론방에 국내 업체의 차종 결함을 지적하는 네티즌의 글이 올랐다. 조회 수가 1만을 넘어섰고, 업체를 비판하는 네티즌 댓글도 수십 개가 달렸다. 이 업체 관계자는 “사실인지를 조사 중인데 인터넷 파급 속도가 워낙 빨라 이미 브랜드 이미지는 많이 실추됐다”고 호소했다. 인터넷상에 게시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평가·비판의 글은 업체들이 미처 몰랐던 잘못을 바로잡아 주는 순기능도 크다. 하지만 이처럼 무책임한 주장들은 기업을 곤경에 빠뜨리기도 한다.

◆‘넷심’을 읽어라=현대차는 인터넷상에 제품과 관련해 제기되는 네티즌의 의견을 검토하는 전담팀을 꾸리기로 했다. 지금은 홍보팀이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네티즌의 글을 살펴보는 수준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터넷 전문 업체에 외주를 주거나 전문가 그룹을 영입해 네티즌들의 의견을 전담 체크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칠 것은 신속하게 고치고 지나친 내용에는 적극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SK텔레콤과 SK㈜의 경우 한국소비자원ㆍYMCA 등 주요 소비자의 불만 사항이 접수되는 인터넷 사이트의 내용을 고객센터에서 살핀다. 고객센터는 여기서 포착된 내용을 사안 별로 해당 부서에 통보한다. 금호아시아나 홍보팀의 김영식 과장은 “전담팀은 없지만 여러 부서에서 서로 인터넷을 살피며 인터넷에 제기되는 사안을 해당 부서에 알려주고 있다”고 전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어떤 형태든 반응을 기대하는 게 인터넷 의사소통의 특성인만큼 회사가 관련 자료들을 근거로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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