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파도가 출렁인다.
'바다의 포뮬러 원(F1)'으로 불리는 아메리카컵 요트대회가 24일(한국시간) 스페인의 발렌시아 앞바다에서 개막됐다.
156년 전통의 아메리카컵은 축구 월드컵(77년)이나 테니스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107년)보다 역사가 훨씬 긴, 국제 스포츠 사상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대회는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다. 바다 사나이들의 용기와 땀, 과학자들의 열정과 재능, 해양강국들의 돈과 자존심의 경연장이다.
조선술과 해양과학은 전쟁과 아메리카컵에 대한 강대국들의 욕망 때문에 발전했다고 한다. 아메리카컵에 출전하는 크루저급 요트는 최첨단 소재와 역학이 총동원된 과학의 총아로 웬만한 항공기보다 비싸다. 귀족과 부유층이 관심을 갖는 이 대회는 경제적 효과가 커 올림픽처럼 개최지 선정에 로비가 동원되기도 한다.
1851년 영국 여왕이 개최한 요트대회에서 신흥강국 미국의 '아메리카호'는 영국 왕실 함대 소속 요트 14척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이름이 아메리카컵(America's cup)이 된 유래다. 요트 대회의 수퍼파워로 군림한 미국은 1983년 호주에 우승컵을 뺏기기까지 132년간이나 정상에 서 있었다. 아메리카컵은 미국이 영국을 따라잡는 자신감의 계기가 됐으며 미 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미국 요트들의 독주는 미국의 패권을 상징했다.
성호준 기자
◆미국의 자존심 아메리카컵=1851년 제1회 아메리카컵은 미국이 당시 적대국이자 최고의 해양강국인 대영제국에 승리한 대사건이었다. 이후 영국은 모든 해양기술을 동원, 미국에 대항할 배를 만들었지만 한 차례도 미국을 이기지 못했다. 미국으로선 대단히 소중한 대회다. 1983년 132년만에 호주에 컵을 빼앗겼을 때 미국 전체가 애도했고, 2000년 미국이 예선에서 탈락, 150년만에 아메리카컵에 나가지도 못하자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억만장자 빌 게이츠가 당시 우승팀인 뉴질랜드 선수들을 스카우트하러 나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