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톱'이 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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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겨울올림픽은 대한민국이 아직 유치하지 못한 마지막 빅 스포츠대회다. 평창은 겨울올림픽 유치 재수생이다. 2010년 대회 유치에 실패한 뒤 절치부심, 2014년 대회를 위해 뛰어왔다. 전면에서 평창 유치를 위해 애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2년여 열심히 뛰었고, 이제 결전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한승수 유치위원장

한승수(71) 위원장은 한국 외교가의 최고 마당발이다. 2001년 9월부터 1년간 유엔 총회 의장을 맡았을 정도로 국제사회 인맥이 두텁다. 2005년 유치위원회가 발족했을 때 한 위원장이 '평창호'의 함장으로 승선하게 된 이유다. 2년간 쉴 새 없이 뛰어 온 한 위원장은 "이달 초 발표한 IOC 현지실사 평가보고서에서 평창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어라운드 더 링스'나 '게임스 비즈닷컴' 등 IOC 관련 사이트에서도 평창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결과를 점칠 수 없는 것이 올림픽 유치경쟁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IOC 총회 기간은 공개된 상황이기 때문에 과테말라에서 IOC 위원 개개인을 만나 적극적인 '맨투맨' 작전으로 지지를 호소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진선(유치위 집행위원장)강원도지사

실무 총책인 김진선(61) 지사는 2010년 대회에 도전 할 때부터 각국 IOC 위원들을 만났기 때문에 모르는 위원이 없다. 1974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김 지사는 강원도 기획담당관.영월군수.강릉시장.강원도 행정부지사 등 강원도 내 관직을 두루 거쳤다. 행정부지사 시절 99년 겨울아시안게임을 유치한 김 지사는 98년 강원도지사가 된 이후 올림픽 개최라는 아이디어를 내놓으면서 강원도를 세계 지도 위에 올려 놓았다. 김지사는 "2003년에는 시간에 쫓겼고, 외롭게 일을 했지만 이번에는 국민적 관심과 분위기가 조성됐다. 정부 지원도 강화됐고 지역주민의 열기도 더 높아졌다. 끝까지 IOC 윤리규정을 지키면서 모든 인적 자원과 방법을 총동원해 기필코 올림픽 개최권을 따내겠다"고 했다.

▶이건희 위원

1996년 애틀랜타 총회에서 IOC 위원에 선출된 이건희(65) 삼성 회장은 한국 스포츠 외교의 정점에 있다. 삼성은 97년부터 올림픽 공식 후원사였고, 올 4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IOC 집행위원회에서 후원 계약을 2016년까지 연장했다. 이 위원은 IOC 위원들과의 끈끈한 인연을 바탕으로 평창 유치를 위해 뛰고 있다. 2003년 프라하 총회 때 평창이 선전한 것도 이 위원의 활약 덕분이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위원은 7월 싱가포르 IOC 총회를 시작으로 지난해 4월 제15차 국가올림픽위원회총연합회(ANOC) 서울 총회, 올 5월 베이징 스포츠 어코드 등 국제 스포츠 회의에 참석해 인맥을 넓혀 왔다. 15일 일찌감치 중남미로 출국해 총회를 준비하고 있다.

▶박용성 위원

박용성(67) 위원은 국제유도연맹(IJF) 회장 자격으로 2002년부터 IOC 위원이 됐다. 박 위원이 회장으로 있는 두산그룹은 그동안 유치위원회에 30억원을 기탁하는 등 재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IOC는 위원끼리의 접촉은 제한하지 않는다. 박 위원은 4월 말부터 북미와 중남미.유럽.아시아 국가들을 잇따라 방문해 동료 위원들을 상대로 평창에 힘을 실어 줄 것을 호소했다. 최근 모나코에서 열린 제12회 유럽 소국가대회에도 참석해 평창 지지 활동을 벌였다. 이 대회에는 자크 로게 IOC 위원장과 패트릭 하키 유럽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했다. 박 위원 역시 유럽을 거쳐 과테말라 현장으로 가 마지막까지 평창 유치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방재흥 유치위 사무총장

방재흥(63) 사무총장은 강원도 스포츠의 얼굴이다. 1999년 아시안게임 유치에 나서면서 겨울스포츠 개발을 시작했고, 2003 프라하 IOC 총회 때는 사무처장을 지냈다. 그는 평창이 2014 겨울올림픽 유치 후보도시로 결정된 2005년 1월 정년퇴임했으나 김진선 지사의 부름으로 다시 중용될 정도로 업무추진 능력이 뛰어나다. 방 총장은 "지금 분위기는 좋은데 너무 일찍 낙관 분위기가 조성돼 자만심으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며 "스스로 잘했다는 생각은 들지만 결정은 어디까지나 IOC 위원들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강로 국제담당 사무총장

1982년 대한체육회에 들어온 윤강로(51) 총장은 25년간 스포츠 외교 현장을 뛰었다. IOC 윤리강령 등 올림픽과 관련된 모든 업무는 윤 총장이 도맡아 하고 있다. 그는 평창이 2014 겨울올림픽 유치 후보도시가 된 이후 세계를 10바퀴쯤 돌았다. 올해에도 벌써 30번이나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영어와 프랑스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구사하는 그는 현장업무를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윤 총장은 "과테말라 총회에서 투표권이 있는 IOC 위원 102명 중 10명 정도가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며 "1차 투표에서 이기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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