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층 소득도 갈수록 양극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소득 중간계층 내부의 소득 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 글로벌화와 신자유주의에 따른 경쟁 격화로 소득 양극화가 진행되면서 중간층 내부의 소득 격차도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전국 가구의 소득 상위 30~50%의 소득을 상위 60~80%의 소득으로 나눈 배율은 1.662로 나타났다. 이는 중상위층의 소득이 중하위층 소득의 1.662배라는 뜻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두 계층의 소득 격차는 2003년 1분기 1.609배에서 지난해 1.660배로 늘어났으며 올해 다시 1.662배로 커졌다.

소득 중간계층의 양 끝에 분포한 상위 30~40%와 하위 30~40%의 소득 격차는 훨씬 컸다. 2003년 1분기의 2.28배에서 계속 늘어 올 1분기에는 2.42배를 기록했다. 이 두 계층의 월평균 소득을 보면 상위 30~40%는 월 466만8000원, 하위 30~40%는 월 209만3000원을 벌어 소득 격차는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이는 10년 전 두 계층의 소득 차이가 147만원이었던 것에 비해 110만원이 더 벌어진 것이다.

이런 현상은 경제의 글로벌화로 국제경쟁력을 갖춘 대기업과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 간의 격차가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간계층의 소득원인 자영업의 몰락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소득 양극화의 현상과 원인' 보고서(지난해 8월)에 따르면 500명 이상 대기업의 월평균 임금은 30~99명의 중소기업에 비해 1.3배 수준이었다. 내수 위주의 서비스업과 자영업 위축도 소득 중간계층의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구멍가게를 비롯한 음식료품 위주의 종합소매업체 수는 2001년 이후 5년 동안 10% 이상 줄었고 영업이익도 2.9% 하락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중산층의 몰락을 막기 위해서는 성장 잠재력을 확충해 양질의 일자리 공급을 늘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기업투자를 늘리면서 새로운 소득원을 발굴하지 않으면 소득 중간계층의 양극화를 막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박혜민 기자

◆중간계층=소득이 중간 정도 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로 '중산층'이라는 용어를 많이 쓰지만 논란이 적지 않다. 소득만을 기준으로 중위 계층을 분류할 때에는 '중산층'보다는 '중간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10분위 기준으로 3분위에서 8분위까지를 '중산층'으로 보고 3분위에서 5분위는 중하층, 6분위에서 8분위는 중상층으로 분류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