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홀로그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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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외국의 어떤 식당에서는 고객이 문을 열고 들어서면 곧 정장한 주인이 나와 공손히 인사를 하는 곳이 있다. 그러나 두어 걸음 다가서면 주인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이것은실제의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와 레이저광선의 만남이 만들어 낸 홀로그램(Ho1야ram)이란 영상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만져보면 안 잡히나 눈으로는 실물처럼 느껴진다. 이런 영상기술은 기존의 사진기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입체정보까지 기록할 수 있고, 화면 밖 공간으로까지 움직이는 영상을 끌어낼 수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초보단계이지만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문화재복원이나 신용카드에 붙어 있는 위조방지용 스티커에도 이용되는 등 실용사례가 서서히 늘고있다. 홀로그램은 그 응용분야가 반대하고 실용성이 커 2000년대의 주목받는 신상품으로 부상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이 기술이 문화·예술계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산업에 미칠 혁명적 변화에 대비해 각국에서는 벌써부터 새로운 노다지시장을 겨냥해 힘을 쏟고 있다. 영화제작에서 세트장의 상당부분을 홀로그램으로 대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현지촬영을 할 경우 사하라사막이나 남극의 설경을 찍으려면 위험한데다 인원·장비·시 간 등에서 엄청난 부담과 제약을 각오해야 한다. 홀로그램이 고도화되는 날 이 모든 것은 대부분 해결될 것이다.
현실세계의 재생뿐이 아니다. 상상 속에서나 있는 가공의 세계마저 현실에서처럼 얼마든지 현장감 넘치게 연출해낼 수 있다. 근래 들어 공상과학영화나 만화영화가 유난히 관객의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다 컴퓨터가 만들어 낸 뛰어난 영상기술 덕분이다. 컴퓨터 영상미술은 이미 영화 외에 연극·무용·오페라·뮤지컬·음악회의 장치미술에서도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내년 대전EXPO에서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 뮤지컬·오페라 등에 첨단영상미술이 선보인다. 모처럼 찾아온 이 국제적 이벤트를 호기로 삼아 국내 공연예술계에서 컴퓨터 영상미술시대가 열렸으면 좋겠다. <한국 정보문화센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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