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얼음판"황사 회오리"|중국 예차보·쉬루이홍 "결속 스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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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세계스피드 스케이팅의 양대산맥을 형성해온 구미·일본세의 양강 구도가 중국세의 급신장으로 균열기를 맞고 있다.
그 동안 스피드스케이팅은 본고장인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구미세, 그리고 두터운 선수 층과 풍부한 시설을 확보한 일본세가 각종 국제대회를 석권해 왔다.
한국은 배기태(은퇴 후 일본유학)와 김윤만(고려대) 등 슈퍼스타의 활약에 힘입어 다크호스로 지목돼왔을 정도.
그러나 빙상후진국으로 낙인찍혔던 중국이지난해부터 특히 여자부를 중심으로 괄목할 기량향상을 보이며 세계 정상권으로 쾌속 진입, 세계빙상계에 돌풍을 일으킬 징후를 보이고 있다.
중국세의 선두주자는 단연 예차보(28) 지난2월 알베르빌 겨울올림픽에 혜성같이 등장, 여자5백m와 1천m에서 은메달 2개를 거둬갔던 예차보는 이어 벌어진 세계선수권대회 5백m에서 처녀 우승한데 이어 지난주 말부터 벌어지고 있는 93월드컵 시리즈에서는 올림픽 2관왕보니 블레어 (27·미국)를 연파하며 금메달을 독점하고 있다.
예차보는 지난주말 일본의 월드컵 1, 2차 시리즈에서는 네 차례의 경기에서 세번이나 우승한데이어 12일 태릉국제링크에서 벌어진 3차 대회 5백m에서 또다시 보니 블레어와 캐나다의 수잔 아우그를 제치고 1위로 골인, 예차보시대를 확실히 열어놓았다.
중국은 또 항상 한국의 유선희(옥시) 에 뒤졌던 신예 쉬루이홍이 이날 태릉 5백m레이스에서 4위에 랭크돼 상승무드에 박차를 가했다.
중국의 이 같은 급속한 기량향상은 최근 링크시설의 대폭적인 확충과 폭발적으로 늘어가는 선수 층에 힘입은 것.
이미 지난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4위에 오르며 세계를 경악시켰던 중국스포츠는 겨울종목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아 최근 북경에 돔을 씌운 스피드스케이팅 전용실내링크(한국은 없음)를 건설한데 이어 하얼빈 등 북쪽지방에 쇼트트랙이나 피겨스케이팅 및 아이스하키를 할 수 있는 소규모 실내링크를 다수 건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름철 링크시설이모자라 외화를 낭비하며 몇달씩 유럽지역을 전전하는 한국의 현실과 대조적이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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