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빛 나는' 주식 빚 주의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지난달 UC아이콜스의 신용잔고율은 20% 안팎에 달했다. 신용잔고율은 전체 발행주식 가운데 증권사가 주식 등을 담보로 대출해 준 돈을 가지고 산 주식의 비율을 말한다. 신용잔고율이 20%라는 의미는 5주 가운데 1주는 빚을 내서 산 주식이라는 의미다. UC아이콜스의 최대주주 및 관계자 지분율은 3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따라서 이 회사의 현재 유통물량만 따지면 30%는 투자자들이 빚으로 샀다는 얘기다.

UC아이콜스는 소프트웨어 및 미디어 업체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몸집을 불려나갔다. 연초 5000원 선에 머물던 주가는 3만원을 넘볼 정도로 폭등했다. 그런데 지난달 2만6500원에 마감한 주가가 이달 들어 내림세로 돌아섰다. 급기야 최근 6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며 22일엔 8650원으로 주저앉았다. 이 회사 이승훈 사장은 "특별한 악재는 없다"며 "빚으로 주식을 산 개인들이 투매 물량을 내놓고 또 주가가 하락하면서 증권사의 반대매매 물량까지 겹친 게 사태를 키운 것 같다"고 말했다.

◆급증하는 '빚거래' 주의보=최근 증시가 활황을 맞으면서 UC아이콜스처럼 빚을 내서 주식을 사는 경우가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해 말 4977억원에 불과하던 신용융자 잔액은 21일 현재 6조8518억원으로 반년 새 14배 가까이 불어났다.

가파른 급증세에 놀란 정책 당국도 신용거래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신용잔액의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면서 신용잔액이 많은 증권사에 대한 모니터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에 증권사들도 앞다퉈 자구책을 내놨다. 키움증권은 신용거래 서비스를 당분간 아예 중단했으며,대우.대신.우리투자.현대증권 등 대부분의 증권사가 신용거래 서비스 강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신용융자 잔액의 급증이 전체 시장에 악재는 아니라고 판단한다. 교보증권 박석현 연구원은 "신용거래 급증에 따른 수급 부담은 단기적 악재에 불과하다"며 "수급악화나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잔고율 높은 종목 투자 유의=문제는 개별 종목이다. 21일 현재 거래소 시장에서 국동.광명전기.ACTS.동양철관.한신기계.기린의 신용잔고율이 10%를 웃돈다. 코스닥 시장은 더 심하다. 사라콤의 신용잔고율이 20.44%에 달하는 것을 비롯, 디유뱅크.DM테크놀로지.서화정보통신도 15%가 넘는다.

신용잔고율이 높아도 주가 상승기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 투자자들이 신용으로 산 물량을 일제히 시장에 쏟아내 하락폭을 더 키울 수 있다. 대신증권 곽병열 연구원은 "최근과 같은 조정기에는 신용잔고율이 높은 종목의 하락폭이 시장보다 더 클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