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야기] 고혈압 치료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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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고혈압 치료제 가운데 가장 최근에 개발된 것은 ARB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 계열의 약이다. 이 약은 안지오텐신-I 수용체(혈관 수축, 고혈압 유발)는 차단하되 안지오텐신-2 수용체(혈관 확장, 혈관 건강에 유익)는 차단하지 않는 약이다. 이 약들은 칼슘채널차단제 계열 약과 함께 세계의 고혈압 치료제 시장을 양분한다. 서양에선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ACE 억제제)의 처방률도 꽤 높은 편이지만 이 약들은 동양인에게 유독 부작용(마른 기침)이 많아 국내에선 인기가 적다.

 ARB 계열 고혈압 치료제로는 노바티스의 ‘디오반(성분명, 발사르탄)’, MSD의 ‘코자(로사르탄)’, 사노피-아벤티스의 ‘아프로벨(이베사르탄)’ 등이 있다. 우리나라 시장 1위인 화이자의 ‘노바스크’는 칼슘채널차단제 계열의 약이다. 최근 세계의약시장 자료 (IMS)에 따르면 디오반이 노바스크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고혈압 치료제로 떠올랐다. 1997년 미국 식품의약청(FDA) 시판 허가를 받은 디오반은 노바티스 입장에서 보면 최고의 효자약이다. 지난해 전세계 매출액이 4조원 대에 달한다. 노바티스의 대표약인 글리벡(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보다 매출액(연 2조원)이 거의 두 배다.

 노바스크와 디오반은 특장점이 서로 다르다. 혈압을 빨리 낮추는 것은 노바스크다. 일단 혈압부터 잡고 싶다면 노바스크가 더 유용하다고 할 수 있다. 노바스크를 복용한 지 보통 2∼4주면 혈압이 눈에 띄게 떨어진다. 디오반은 혈압 외에 심부전증ㆍ동맥경화ㆍ심근경색 등 다른 혈관질환의 치료 효과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혈압은 4∼8주 복용하면 잡힌다.

 지난해 9월에 열린 세계심장학회에선 디오반을 복용한 그룹은 대조 그룹에 비해 뇌졸중 발생률이 40%, 협심증 발생률 65%, 심부전 발생률은 46% 감소했다는 연구결과(일본의 고혈압 환자 3000명 이상 대상)가 발표됐다.

 디오반은 당뇨병 환자나 당뇨병 전단계인 사람도 관심을 가질만 하다. 임상연구에서 2형(성인형) 당뇨병 발생률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밝혀져서다. 당뇨병 전단계인 사람 9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그 결과는 2008년 쯤에 나올 예정이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정남식 교수는 “혈압이 140/90 이상이거나 당뇨병ㆍ만성 신장 이상이 있으면서, 혈압이 130/80 이상인 환자에게 디오반을 처방한다”고 처방 기준을 전했다.

 부작용은 두통ㆍ어지럼증ㆍ설사ㆍ피로ㆍ현기증 등이다. 드물게는 이 약이 신장에 부담(고칼륨혈증 유발 가능성)을 줄 수 있다. ACE 억제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인 마른 기침이나 칼슘채널차단제의 흔한 부작용인 부종(붓기)은 드물다.

 강동성심병원 순환기내과 한규록 교수는 “디오반은 태아 기형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임산부에겐 금물”이며, “어린이 복용시의 안전성도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조언했다.
 디오반은 하루에 한 알 먹는다. 가능하면 아침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 하루 중 오전에 혈압이 더 높기 때문이다.

 디오반은 아직 특허기간이 남아있는 오리지널 약이다. 카피약(복제약)은 이 약의 특허 기간이 만료되는 2011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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