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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겐 안 통하는 말 … 이열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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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소중한 내 아이. 강렬한 햇빛이 내리쬐는 한여름 햇살 속에서, 짙푸름을 뽐내는 산천초목처럼 무럭무럭 자라줬으면 하는 것은 모든 부모의 공통된 심정이다. 하지만 불볕 더위와 장마로 습기 찬 한여름엔 어린이 건강을 해치는 복병이 많다. 지금부터 두 달간은 무더위로 아이가 지치기 쉬운데다 특히 영ㆍ유아들은 자칫, 탈수에 빠지기도 쉽다. 또 아데노 바이러스를 비롯한 각종 감염병도 극성을 부린다.

복더위엔

◆이열치열식 더위 극복은 금물=자꾸만 옷을 입히는 어머니, 그때마다 짜증내는 아이를 주변에서 많이 본다. 어린이는 여름을 어른보다 더 탄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흔히 일어나는 오류다. 부모가 덥다고 느낄 때 아이의 체감 더위는 더 심하다는 점을 인식하자. 어린이는 외부 온도변화에 대응하는 체온조절 중추가 미숙하다. 따라서 더위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못한다. 체온조절 중추는 첫 돌은 지나야 어느 정도 성숙된다. 영아들이 여름에 땀띠를 달고 사는 이유다.

 체내 수분량이 많은 것도 어린이를 더위에 취약하게 만든다. 통상 신생아땐 성인보다 체내 수분량이 15% 이상 많다. 이는 어른보다 추위에 약하고 더울 때 땀으로 내보내는 기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데다 문제가 생길 때까지 스스로 알아서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실제 땡볕에 아이를 마냥 방치하면 정신없이 놀다가 열사병에 걸리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기저귀까지 차야 하는 두 돌 전 아이는 늘 두꺼운 바지를 입고 지내는 셈이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따라서 여름철 어린이를 키우는 가정에선 시원한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충분한 영양과 수분공급도 필요=“몸 크기는 나보다 훨씬 작은데 먹고 마시는 양은 나의 절반이나 섭취하는 것 같다”. 자녀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씩 품어보는 의문이다.

 우선 어린이는 어른에 비해 상대적인 체표 면적이 크다. 체표 면적은 몸의 겉 넓이를 말하는데 기초대사량과 비례한다. 즉 몸집이 작을수록 세포에서 일어나는 대사율도 증가해 많은 칼로리를 필요로 한다. 이것이 몸집은 적은데 많이 먹는 이유다. 체표면적이 어른에 가까워지는 시기는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쯤이다.

 또한 어린이는 몸을 유지하는 열량뿐 아니라 성장을 위한 열량도 필요하다. 실제 평상시 하루 필요 열량이 10㎏쯤 된 첫 돌 무렵 어린이는 1000㎉, 20㎏쯤 되는 유아기 어린이는 1500㎉가 필요하다. 반면 60㎏쯤 되는 성인이 필요한 열량이 2200㎉ 정도다.

 체중당 필요로 하는 수분 양 역시 어릴수록 많다. 예컨대 돌 전 아이는 ㎏당 15%의 물이 필요하다가 점차 줄어 만 12세가 넘으면 5%로 줄어든다.

 따라서 아이들이 건강한 여름을 잘 나려면 잘 먹고, 많이 마시도록 도와줘야 한다. 단 이때 먹거리는 달고 기름진 음식 대신 성장에 도움이 되는 우유ㆍ생선ㆍ멸치 등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과 물뿐 아니라 오이ㆍ당근ㆍ토마토 등 각종 채소를 많이 섭취토록 한다. 충분한
수분공급과 무기질ㆍ비타민이 필요해서다.

◆아데노 바이러스 요주의=여름철은 감염병이 극성을 부리는 시기. 특히 아데노 바이러스는 감기ㆍ폐렴ㆍ장염ㆍ뇌막염ㆍ유행성 각결막염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최근 유행하는 유행성 각결막염 역시 아데노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이다. 눈이 충혈되고 이물감도 심한데다 각막염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각막염은 시력 손상은 없더라도 사물이 혼탁해 보일 수 있다.  

아데노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여름철 감기도 드물지 않다. 문제는 감기가 더 진행해 아데노 바이러스 폐렴을 유발하기도 한다는 점. 어린이 아데노 바이러스 폐렴에 걸리면 고열ㆍ기침ㆍ호흡곤란 등 증상이 심하며,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아데노 바이러스 폐렴은 치사율이 가장 높은 어린이 바이러스성 폐렴이며 회복 후에도 폐기종ㆍ폐 섬유화 등 심각한 후유증이 20∼30%에서 나타난다.

 아데노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려면 손 씻기가 최선책이다. 눈병도 환자와 직접 접촉한 뒤 눈을 비비다 감염되며, 감기를 비롯, 다른 질환도 손에 분비물이 묻으면서 감염된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ㆍ의사

여름철, 어린이 건강 지키려면

-수분 공급을 충분히 해준다.

-소변량이 줄지 않는지 늘 관찰한다.

-야채 공급을 늘린다.

-우유ㆍ생선 등을 통해 충분히 단백질을 공급한다.

-옷을 어른보다 한 가지는 얇게 입힌다고 생각한다.

-정오∼3시까지 15분 이상 땡볕에 놀지 않게 한다.

-외출할 땐 어린이용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준다.

-모자는 외출 뒤 곧바로 벗긴다.

-샤워를 즐기게 함으로써 더위를 식히도록 한다.

-아이와 함께 온 가족 손 씻기를 실천한다.

-음식과 물은 꼭 끊인 것을 먹게 한다.

-눈을 비빌 땐 깨끗한 휴지 등을 사용하게 한다.

장마철엔

장마가 시작되면서 어린이 건강에 빨간 불이 켜졌다. 장마철의 가장 큰 문제는 높은 습도. 이즈음엔 올 한해 강수량의 30%가 몰리면서 습도계가 90%를 가리킨다. 통상 우리 몸이 쾌적함을 느끼는 습도는 30% 내외임을 감안하면 당연히 불쾌지수가 높다.

 따라서 우선 적극적으로 실내 습도를 낮추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제습기를 사용하거나, 창문을 닫은 채 에어컨을 가동하면 습도가 떨어진다. 에어컨이 없다면 창문을 연 상태에서 난방을 한 뒤 선풍기를 틀어 습기를 밖으로 빼주면 된다.

 습한 날씨에선 각종 병균이 번창해 식중독과 장염에 잘 걸린다. 통상 습도가 80% 이상일 땐 25℃만 돼도 식중독 주의보가 내려진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음식은 ‘무조건’ 버리는 습관을 들인다. 특히 세균은 어린이가 즐겨 먹는 고기와 우유ㆍ치즈ㆍ아이스크림ㆍ마요네즈 등에서 잘 자란다는 점을 인식할 것. 아이에겐 끓인 물과 음식만 줘야 하며 부모를 비롯, 아이를 돌보거나 접촉하는 사람도 개인 위생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장마땐 천식ㆍ비염ㆍ아토피 등 알레르기 질환도 극성이다. 특히 우리나라 알레르기 환자의 90% 이상은 장마철에 번창하는 집먼지 진드기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

 따라서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자녀를 둔 집에선 실내 습도 낮추기, 환기 자주 시키기, 밀폐형 필터가 달린 진공청소기로 청소하기 등을 실천해야 한다.

  황세희기자, 도움말:대한소아과학회 이환종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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