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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희 중수부장의 요즘] 골프 끊고 외로운 폭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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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나오면 나오는 대로 다 수사한다."

이렇게 당찬 서슬과는 달리 안대희(48)중수부장은 단구(短軀)에 동안(童顔)의 조용한 남자다.

지난 3월 중수부장이 되기 전 그는 주말이면 가족(부인.1남1녀)과 함께 교외 드라이브를 하거나 공원을 찾는 가장이었다. 자녀들과 인터넷 뮤직사이트를 공유하고, 최신곡도 함께 불렀다. 프랑스 요리와 와인을 즐기는 미식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소한 지금의 대선자금 수사를 마무리할 때까지는 모두 덮어두었다. 좋아하는 골프를 중단한 건 물론이다.

사업을 하는 그의 친구는 주말 오후 11시나 자정쯤 "한잔 하자"는 그의 전화를 받고 나가 단둘이 몇번 폭탄주를 마신 일을 소개했다. 일과 무관한 사람과 가끔, 그나마 토요일 밤에 잠깐 한잔 걸치는 게 安중수부장의 유일한 사생활이자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다.

지난 정권 때 그는 지방을 맴돌았다. 검사장 승진(지난해 8월)도 동기생(사시 17회)들보다 좀 늦었다. 그러다 우연찮게도 동기생인 노무현 대통령 집권 직후 중수부로 컴백했다.

그는 서울지검 특수1, 2, 3부장과 대검 중수1, 3과장을 거친 정통파다. 초임 검사이던 1981년 '저질 연탄'사건으로 특수수사계에 데뷔했다. 96년 '서울시.버스회사 결탁 비리', 97년 '대형 입시학원 비리'등을 다루면서 저인망식 수사로 정평이 났다. 그래서 때론 "정곡을 바로 찌르지 않고 헤집는다"는 말도 들었다.

'경기고→서울대 법대'의 엘리트 코스를 밟은 그지만 법대 졸업생 명단에는 빠져 있다. 1학년 말에 사시 1차, 2학년 말에 2차를 합격해 최연소로 사법연수원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의 아파트에 14년째 산다.

송광수 검찰총장과는 99년 대구지검에서 '검사장-1차장'으로 손발을 맞췄다.

'고문 기술자' 이근안씨를 구속시킨 강력통 문효남 수사기획관(사시21회), SK비자금 사건 등을 맡고 있는 남기춘 중수1과장(25회), 권노갑씨 현대 비자금 수수 의혹 사건을 끄집어낸 유재만 2과장(26회), 썬앤문그룹 의혹을 수사하는 김수남 3과장(26회)이 그와 호흡하는 참모들이다.

부산중학교를 함께 다녔던 安중수부장(2학년 때 서울로 전학)과 文수사기획관은 요즘 여담을 나눌 때면 "수사를 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승진에 연연하지 말고 옷 벗고 나가 마음 편히 지내자"고 말하곤 한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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