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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 청소년 위한 야학 17년 서울시청 최대천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17년을 묵묵히 불우 청소년을 위해 배움의 터를 마련해온 공무원 최대천씨(45·서울시청 도로시설과 주사보).
한해가 저무는 세밑에 대포 한잔을 기울이자는 친구나 동료들의 손길을 뿌리치고 어김없이 퇴근 후 그가 달려가야 하는 곳은 서울 휘경 1동에 위치한 상록 야학교.
남들처럼 여유가 없어 일찌감치 삶의 현장에 뛰어 들었으나 배움에의 욕구는 누구보다도 강한 1백50여 청소년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씨가 야학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지난 76년. 청주 중고를 끝내고 9급 공무원으로 서울 이문1동 사무실에서 75년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는 당시 중낭천변 무허가 판잣집 철거작업을 접하면서 오갈데 없는 청소년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자신이 근무하는 동사무소 2층을 빌려 퇴근 후 30여명의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가 동대문구청·중구보건소 등으로 발령이 나자 마땅한 교실이 없어 6차례나 자리를 옮겨 다닌 끝에 지금의 1백여평 장소는 한 독지가(교장 박학선씨·의류업)가 보증금 2천만원, 월세 월 40만원을 대줘 학생들에게 줄곧 배움의 기회를 줄 수 있었다는 것.
그 동안 중학·고교과정이 개설 돼 있는 2년 과정의 상록 야학을 거쳐간 청소년은 모두 1천5백 여명. 입학생은 훨씬 많았으나 일과 공부가 고되어 중도 탈락한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 학생들은 월∼토요일까지 일터에서 돌아온 직후인 저녁 7시30분부터 매일 하루 3시간씩 수업을 받아야하는 강행군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중학과정에 87명, 고교 과정에 70명이 재학중인데 대부분 부모가 없는 청소년들로 영세공장이나 회사에 다니면서 가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최씨는 전했다.
이들에게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최씨는 가능한 한 메마른 심성의 청소년들이 환한 마음과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신경을 쓰고있다고 했다.
학교 설립 초기부터 교무 주임직을 맡고 있는 그는 39명의 자원봉사 교사들과 힘을 모아 수업을 이끌어가고 있다.
옹색한 살림이지만 한 달에 한번씩 『상록 소식』이라는 교내신문과 매년 교지 『푸른 그루』를 내기도 하는 상록학교 학생들과 교사들은 매년 3월 개교 기념일 즈음해서는 그 동안 쌓은 솜씨로 연극·무용·음악행사를 벌여 그 수익금을 학교 경비에 보태 쓰기도 한다. 이들 청소년들의 밝은 내일을 위해 강원산업·주택은행·럭키화재 등의 여직원들이 5∼10년 동안 주기적으로 따뜻한 마음을 보내 오고 있다. <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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