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 묶인 세밑온정/고아원·양로원은 춥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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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투표권 없어 철마다 “찬밥” 고아원/「기부제한」법에 발길 끊겨 양로원
선거의 해인 올해 고아원·양로원 등 사회복지시설의 연말이 더욱 춥고 쓸쓸하다.
현행 선거법상 선거기간중 호별방문금지(제63조) 및 기부행위 제한규정(제70조)에 따라 12·18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들 외로운 이웃들을 찾는 발길이 그 어느 때보다 뜸하기 때문이다.
◇고아원=서울 남현동 상록보육원에서 일하는 이미령씨(34·여)는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하루 평균 3∼4건씩 있었던 각 기관·사회단체의 연말방문과 기부금 등이 올해엔 한건도 없다』면서 『선거가 있는 해마다 투표권이 없는 원생들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줄어들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장애아동복지시설인 서울 봉천동 삼육아동재활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예년의 경우 12월이면 붐비던 단체·정당 관계자들의 방문이 올들어 끊기는 바람에 따스한 손길을 기대하던 원생들이 『왜 올해는 아무 것도 없느냐』고 보채는 것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이 재활원 박영숙씨(30·여)는 『온 국민의 관심이 온통 선거에만 쏠려 장애아동들에 대해선 너무 무관심하다』며 『예년엔 스스로 찾아오던 자원봉사자의 발길도 올 연말에는 완전히 끊겼다』고 말했다.
◇양로원=서울 상계동 홍파복지원은 지난 추석때 보사부·문화부·서울시·교회·여자중학교 등에서 찾아와 격려했으나 그 이후론 외부인의 방문이 거의 없는 상태다.
김원제원장(47)은 『예전같으면 보통 11월말부터 시작해 이맘때쯤이면 40∼50드럼의 기름이 들어오곤 했으나 올해는 전혀 없으며 이 때문에 원생들이 「더운 물이 안나온다」며 사무실로 찾아와 항의한 일도 있다』며 『대통령선거가 끝난 이후에나 방문객들이 올 것같다』고 내다봤다.
부산 동래양로원의 생활지도원 이해순씨(42·여)는 『지난해와 달리 경기침체에다 선거영향까지 겹쳐 들어오는 위문품도 상당히 줄어들었으며 이달말까지 방문 예정도 잡혀있는 것이 없다』고 했다.<윤석준·최상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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