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30년만의 변신 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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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국립극장이 30년만에 변신을 꾀하고 있다. 최근 산하 6개 공연단체 가운데 국립무용단·국립발레단에 단장 겸 예술 감독제 도입을 공표한 국립 극장은 내년에 임기가 끝나는 국립극단 등에도 이를 도입키로 하는 한편 별도의 음악 감독제 신설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재 극장 장 자문기구로 돼 있는 레퍼터리 자문위원회도 내규를 개정, 단장·예술 감독을 자문하는 기구로 바꿀 방침이다.
이는 예술과 행정을 분리시켜 단장들에게는 책임 의식을 갖게 하고 행정가들은 공연단체에 대한 개입을 줄여 나갈 수 있는 장치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김진무 국립극장장은 『국립 극장 공연의 작품성도 높이고 관객들과의 교감도 넓히는 것이 최우선목표』라고 말하고 『한국적 예술 감독제 도입 등 제도적 개선을 통해 이를 이뤄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국립 극장측이 정립시켜 나가려고 하는 「한국적 예술 감독제」란 종래의 단장과 서구의 예술 감독제를 절충시킨 것.
지금까지 단장이 단체만을 책임지고 이끌어 가던 데서 벗어나 이념과 목표를 지향해 가도록 명문화함으로써 그 책임·권한을 확대시킨 것이다.
따라서 단원들에 대한 훈련과 경기는 물론 이념과 목표를 지향할 수 있는 적당한 공연물을 기획·제작하며 그 성과에 대해 책임도 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단장의 임기를 3년 1차 연임으로 제한하던 것을 단장 겸 예술 감독제에서는 2년으로 하되 연임제한 규정을 철폐했다.
단장 겸 예술감독에 대한 평가는 공연 작품에 대한 ▲유료관객 입장 수 ▲평단의 평가 ▲관객들의 반응 등을 종합한다는 기준을 세워두고 있다.
특히 그간 국립극장의 공연물이 관객들의 호응을 끌지 못하는 작품이 많았다는 점에서 예술 감독제에 성과급을 도입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성과급의 책정은 유료 관객수가 지난해에 비해 1백%이상 늘어났을 경우 늘어난 입장료 수입 가운데 20∼30%를 계약금 외에 별도로 지급한다는 것.
지금까지 통상 국립극장산하 6개 단체의 자체 공연 가운데 유료관객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입장객의 10∼20% 수준에 그치고 있다.
현재 검토중인 음악 감독 제는 오페라·합창 등 음악 공연뿐 아니라 연극·발레 등의 음악도 고루 감독할 수 있게끔 하는 제도.
이들 감독 밑에는 단체에 따라 훈련장·지도위원·상임안무가·상임지휘자 등을 1명씩 둘 수 있게 하고 이들은 극장측과 1년간 계약하도록 했다.
김 극장장은 예술 감독제 실시와 그 평가에 대해 『1년씩 앞당겨 작품을 기획해야 하는 공연 단체의 특성상 예술 감독의 첫 해에 신임감독의 역량을 평가한다는 것은 무리이므로 임기를 2년으로 정한 것』이라고 밝히고 따라서 해당 감독에 대한 평가는 임기 2년째에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립극장 측은 이를 계기로 그간 자체공연들이 실험적 작품들에 치중돼 왔던 것을 관객들의 정서에도 부합하는 쪽으로 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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