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시계와 현대시계(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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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현대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는 「수사의 형평성」 문제를 현대의 불법행위 못지않은 중대한 문제로 떠올려 주고 있다.
현대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철저한 수사 자체가 그릇된 것은 아닐 것이다. 기업자금과 인력을 빼돌려 특정후보의 선거운동에 나서는 것은 명백히 위법이며 그러한 행위가 법의 추궁을 받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동시에 법의 집행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 다른 후보들 역시 불법행위를 저절렀는데도 그에는 미온적이면서 유독 현대에 대해서만 간부에 대한 24시간 감시까지 한다는건 현대의 불법행위가 명백하다 할지라도 결코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할 일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이 시점에서 냉철히 현재의 수사자세를 형평성면에서 반성해 보아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현대에 대한 수사의 정당성 자체가 불신받을 가능성이 있다.
현대수사에 대한 국민의 공감을 약화시키고 있는 좋은 보기의 하나가 「YS시계」에 대한 수사다. YS시계는 이미 지난 2일에 적발된 바 있고 그뒤에도 연이어 고발된 바 있으나 당국은 어쩐 일인지 수사를 미뤄왔다. 또 뒤늦게 압수수색에 나서긴 했으나 물증도 확보 못하고 말았다. 현대의 시계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수사에 나서 물증을 확보한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시계뿐인가. 「나사본」 등 민자당의 여러 사조직이 선거법을 위반하며 여러가지 불법운동을 벌이고 있는 사실이 속속 적발되어 왔다. 그러나 수사당국은 민주당과 정책연합을 한 전국연합에 대해서는 기습적인 압수수색까지 벌이면서도 민자당의 그러한 사조직 활동에 대해서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수사당국이 편파적인 수사를 하고 있지 않나하는 의심은 이제까지의 수사결과를 보면 더욱 확실해진다. 4일 현대 각 정당별 구속자수는 국민당이 33명,민자당이 1명,민주당이 1명이다.
그런데 공선협이 당국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고발건수는 민자 9건,국민4건,기타 1건으로 되어있다. 또 중앙선관위가 적발한 위법사례 2백69건 가운데도 민자당 것이 58건이나 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볼 때도 편파수사에 대한 일부의 의혹을 지나치다고는 볼 수 없다. 우리는 「중립내각」 자체가 그러한 편파적인 수사를 하게 한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러나 일선 수사기관들이 과거의 타성에서 그렇게 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으며 그 점에서 이제까지의 수사자세에 대한 냉철한 반성이 있기를 내각에 촉구하는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현대 불법을 철저히 추궁해야 하는 것 만큼의 다른당,다른 후보의 불법 사실에 대해서도 엄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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