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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권」 충격과 대선 종반전(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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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사실상 종반전에 들어선 대선양상이 현대사건 등으로 지극히 불안정한 기미를 보이고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떤 변칙플레이가 나올지 걱정되는 분위기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막판 무리수의 충동을 자제하라고 다시 한번 각 후보 진영에 권고하고자 한다.
현대사건은 확실히 충격적이다. 국민당측이 부인하고 있지만 여사원의 양심선언대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돈세탁을 하고 국민당에 자금이 전달된 것이 거의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또 현대목재의 경우에서 보는 것처럼 현대계열사들이 조직적으로 지역을 할당받아 선거운동을 벌인 것도 더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게 되었다. 사실이 이렇게 명백해진 이상 신속·공정한 수사로 진상을 밝히고 그에 따른 사법·금융상의 제재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두고 국민당과 현대가 「탄압」이라고 규정짓고 드러난 사실을 모조리 부인하는 자세는 납득할 수 없다. 시인할 것은 시인하고 그런 바탕위에 선거전략을 세우는 것이 옳다. 국민당의 말대로 금권선거에 대한 수사에 있어 민자당과의 불공평이 있다면 그것은 물론 시정돼야 한다. 우리가 보기에도 그런 점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국민당이 드러난 현대사건을 그것으로 상쇄할 수 있다고 보면 착각일 것이다. 현대중과 현대목재에서 나타난 대국민당 지원실태를 보면 기업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온갖 범법요소가 총동원된 느낌이다. 수출대전을 빼돌려 돈세탁과정을 거쳐 국민당에 불법유출하고 기업활동에 종사해야 할 사원들을 회사자금으로 선거운동에 동원했으니 공명선거를 사명으로 하는 중립정부가 아니라 어떤 정부라도 이런 일을 덮어둘 수 있겠는가.
우리는 이제라도 국민당과 현대의 정경분리선언이 나와야 한다고 본다. 정주영씨는 지난날의 그의 공언대로 현대에서 손을 뗐다는 약속을 지켜야 하고 그 실천을 가시화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공당과 대통령후보로서 취할 정당한 자세요,이래야 이번 사건으로 받게된 타격을 만회할 기회도 노릴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선거운동기간은 열흘 남았다. 아직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다. 5년전과 비교해 지역감정의 표출도,대규모 옥외유세의 낭비도 절제되고 있어 그런대로 한단계 나아진 선거분위기가 아직은 유지되는 셈이다.
우리는 이런 선거분위기를 해칠 악재가 막판 열흘간에 나올 가능성을 경계한다. 벌써 각 당이 막판 대세를 휘어잡을 「깜짝쇼」를 준비한다는 이러저러한 추측이 돌아다니고 있다. 만의 하나라도 흑색선전·매터도·근거없는 폭로전 따위로 득을 보겠다는 발상이 나온다면 결코 안될 일이다.
우리는 현대사건에 대한 국민당의 대응을 특히 주목하면서 각 후보 진영의 남은 10일 작전을 면밀히 주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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