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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수당' 397억 나눠먹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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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서울 성북구청에 이어 동대문.강북.동작구청에서도 공무원들에게 매년 수십억원씩의 초과근무수당을 허위로 지급해온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이들 구청의 직원들은 근무하지도 않은 저녁 시간대에도 마치 근무한 것처럼 일지를 꾸민 뒤 구청별로 매년 40억~60억원의 초과근무수당을 받아냈다. 또 구청은 초과근무수당 지급 시간을 매년 늘려가며 수억원씩을 추가로 지급하는 등 '방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동대문구청은 2004~2006년 3년간 총 166억5281만원의 초과근무수당을 월정액 방식으로 일괄 지급했다. 당시 동대문구청장은 홍사립(62) 현 구청장이다. 홍 구청장은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인 홍준표 의원 특보 출신으로 2002년 한나라당 공천으로 구청장에 당선된 뒤 지난해 재선됐다.

감사 결과 홍 구청장은 2005년 4월 동대문구 공무원직장협의회가 '시간외근무수당 인정 시간을 상향 조정하자'고 제의하자 2005년 5월부터 시간외근무수당 지급 상한선을 월 50시간에서 55시간으로 높이라고 실무진에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관계자는 "다른 구와 형평을 맞추고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한다는 이유로 직장협의회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북구청도 마찬가지였다. 2005~2006년 2년간 93억7586만원의 초과근무수당을 허위로 지급했다가 적발됐다. 감사원은 ▶각 부서의 서무 담당자가 직원들의 초과근무 여부와 관계없이 대장에 초과근무했다고 적으면 ▶각 부서장은 실제로 근무했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서명했고 ▶수당이 일괄 지급됐다고 설명했다. 강북구청도 초과근무 기준 시간을 2003년 월 40시간, 2004년 월 50시간, 2006년 월 55시간으로 매년 늘려왔다.

동작구청은 2004~2006년 3년간 137억6018만원을 시간외근무수당으로 지급했다. 이곳에서도 직원들이 교대로 카드를 대리 입력하는 방식으로 수당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강북구청과 동작구청은 2005년 6월 감사원 감사에서도 "시간외수당을 월정액 형태로 주지 마라"고 지적받았지만 이를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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