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종식이 근본 해결책/파병으로 소말리아비극 종결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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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운송로 확보만으론 일시방편에 불과/유엔의 탁치·국제식민지화론도 대두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미국 주도의 군사개입을 승인함에 따라 소말리아사태는 국제적 해결 모색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유엔의 결의나 미국의 군사개입목표가 인도적 구호품의 안전한 전달에 국한되고 있어 수백만의 국민이 전쟁과 기아로 숨져가고 있는 소말리아 비극이 쉽게 종결될지는 의문으로 남아 있다.
유엔결의안은 외국원조가 소말리아인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군사개입을 승인했고,이에 따라 파병되는 미국주도의 다국적군은 이 임무를 수행하면 원조배급업무를 다시 유엔평화유지군에 넘기고 철수하게 된다.
미국은 2단계로 2만8천명의 병력을 파견해 소말리아내 항만과 항공,그리고 원조배급로를 확보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초강대국 미국의 군사개입은 소말리아의 내전당사자들이 유엔군을 공격하거나 굶주리며 죽어가는 많은 국민들에게 운송되는 국제원조를 약탈하는 행위를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해 기아문제를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의 병력이 원조물 수송로만을 확보한후 철수했을때 그후 이 수송로가 계속 유지되어 외국구호품이 국민들에게 전달될 수 있을 것인지와,더나아가 이같은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내전을 과연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냐에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군 철수후 예상되는 소말리아 내전의 재개와 정국혼란은 미국의 발목을 소말리아에 붙들어 놓을뿐 아니라 국제기구의 구호활동을 무력화시킬 것으로 전망하며 근본대책이 세워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내전의 종식없는 국제원조나 식량수송로 확보는 그 원인을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대증요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역사학자 폴 존슨교수는 유엔안보리의 이번 결정은 1단계적인 것으로 앞으로 일정기간 유엔이 소말리아를 신탁통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엔 주변에서는 공개적이진 않지만 이 나라를 국제사회의 식민지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이같은 의견은 국내문제는 그 나라 국민들이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일반원칙때문에 공식 거론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유엔관계자들은 소말리아 사태가 계속 국제사회의 부담이 되면서 국제평화의 위협요인으로 남게될 때 신탁통치는,국제사회의 식민지화된 소말리아의 주권은 일정기간 정지되고 국제기구가 새질서를 수립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일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유엔결의와 미국의 파병은 사태발전에 따라 유엔이나 아프리카기구같은 국제기구의 신탁통치로 가는 전단계조치가 될 가능성도 있다.
유종하 주유엔한국대사는 소말리아 지원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어떤 제의도 받은바 없고,있다 하더라도 국내상황으로 보아 실현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말리아파병에 대한 재정지원은 걸프전때와는 달리 미국은 파견병력에 비용을 자체부담하며,다른 파병국에 대한 지원은 유엔을 통해 하게 된다.<유엔본부=박준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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