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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쉼] 싱·마·타이 … 동남아 알짜 투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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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여행작가 김인자 isibada@naver.com

싱가포르 강변 카페촌

밤의 미인, 싱가포르

시작은 싱가포르다. 여기까지야 비행기로 움직일밖에. 알려진 대로 싱가포르는 여행자 천국이자 비즈니스 중심지다. 세계의 도시를 한곳에 집약해 놓은 듯한 풍광. 고급 호텔과 세계 유수의 은행, 명품 브랜드 숍이 작은 공간에 밀집해 있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먼저 가볼 곳은 멀라이언 공원이다. 싱가포르를 상징하는 아이콘인 멀라이언 상이 있는 곳. 하지만 싱가포르의 진짜 묘미는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에 있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싱가포르 강과 주변 고층빌딩에 조명이 켜지면 세상은 전혀 다른 곳으로 변한다. 강가에 끝도 없이 늘어서는 노천카페도 놓치지 말아야 할 명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배낭여행자라면 멀라이언 상 뒤편 에스플레네이드 다리 아래 카페를 추천한다. 홍등이 수없이 내걸린 차이나타운은 '내가 중국에 와 있나' 하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아시아문명박물관, 비버사이드 포인트, 아랍인 거리, 인디아 거리 등도 들를 만하다. 뚜껑 없는 2층 관광버스 탑리스를 타고 시내투어를 하는 것도 좋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중앙역

무슬림의 나라, 말레이시아

이제 말레이시아로 떠날 시간. 중앙역에서 쿠알라룸푸르행 기차를 탄다. 한데 기차에 올라보니 낯익은 마크가 눈에 들어온다. 1996년 우리나라의 현대가 만든 객차다. 멀고먼 동남아 이국 땅에서 한국 기업이 만든 기차를 타다니. 조금은 뿌듯하다.

싱가포르 철길을 달리는 '메이드 인 코리아' 기차, 그 안 풍경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간식을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잔잔한 창밖 풍경…. 백인 승객들이 많다는 게 좀 다를 뿐. 싱가포르에서 쿠알라룸푸르까지는 약 7시간이 걸린다. 생각보다 길지 않은 시간. 국경을 넘는 것도 너무나 간단하다. 검문소에서 스탬프 하나 찍는 것으로 끝이다.

쿠알라룸푸르 역사를 빠져나오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무슬림 복장을 한 사람들. 여자들은 차도르를 쓰고, 남자들은 수염을 기른 채 모자를 쓴다. 하기야 이슬람 국가에서 무슬림을 만나는 것이 무에 대수인가. 기차를 탄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전혀 다른 세상을 만나는 것. 바로 싱마타이 기차의 매력이다. 새로운 분위기에 기차에서 내린 여행자들도 생기가 돈다.

시내 구경은 쿠알라룸푸르의 랜드마크인 쌍둥이 빌딩 페트로나스에서 시작하는 게 보통이다. 노을 지는 저녁 시간에 모노레일을 타고 돌아보는 것이 가장 좋다. 이슬람 예술박물관, 메르데카 광장, 차이나타운, 템플 스트리트, 캄풍 훌루 모스크, 포르투갈 광장까지 둘러봤다면 트라이쇼(자전거 인력거)를 타고 도심 구석구석을 구경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태국 싸두악 수상시장

배낭여행자의 천국, 태국

수라타니에서 태국 방콕으로 갈 때는 침대 기차를 탔다. 기차에서 파는 도시락은 비싸기만 하고 맛은 별로. 이럴 줄 알았다면 따로 먹거리를 준비할 걸 하는 후회가 든다. 밤 9시가 지나자 승무원들이 의자를 일일이 조립해 침대로 만들어준다. 그 과정이 너무 복잡해 보여 승무원들이 안쓰러울 지경이다.

밤기차 여행에 큰 위로가 된 건 한 잔의 커피. 잔은 허술하지만 맛은 깊고 진하다. 그 또한 기차여행이 주는 로망 때문이리라. 기차에서 만난 현지인들은 우리 드라마 '대장금'과 '박지성'을 아시아의 자랑으로 여기고 있었다.

태국에 도착하니 무슬림은 사라지고 이번엔 불자의 세상이다.

불교 건축.예술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왓 프라깨우, 태국 마사지로 유명한 사원 왓 포, 밤낮으로 유람선이 뜨는 짜오프라야 강변의 왓 아룬…. 배낭여행자들의 천국 카오산 로드, 활기찬 담넌 싸두악 수상시장 등은 언제 보아도 가슴을 들뜨게 한다.

영혼의 샘 찾기 … 끝나지 않은 여행

싱마타이 여행은 끝났지만 또 끝나지 않았다. 기차여행은 환유다. 기차라는 그릇 속에 사람과 화물이 하나 돼 떠나고 도착한다는 점에서 환유의 연쇄다.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출발과 도착, 헤어짐과 만남, 정착과 유랑이 시간표라는 망을 통해 이음(link)을 만든다는 점에서 하이퍼텍스트(hypertext)다. 존재론적 물음을 찾아가는 낭만적 사유이며, 근원적인 자아로 자신을 건너게 하는 영혼의 샘 찾기다. 일과 시간을 빙자해 망설이지 말고 훌쩍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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