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자금유출 조직개입/대선지원 기업추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가지급금 억제」로 금권선거 차단/회계장부 거꾸로 더듬어 돈흐름 밝혀내/현대 “그룹차원 대책세운 일 없다” 항변
금권선거논란이 대선초점이 되고 있다. 「중립내각」 현승종정부가 기업자금·조직의 선거개입을 차단하겠다고 나섰다. 선거기간중 기업의 가지급금 등 신규취급을 억제하고 자금운용을 감시하겠다는 정부천명에 이어 경찰의 현대그룹 임원들에 대한 가택압수수색까지 전개되고 있어 사태발전이 주목이다.
○…어떤 목적에서건 기업자금과 정치자금의 숨바꼭질을 밝혀내려고 할 때 가장 손쉬운 방법은 몇 안되는 각 정당들이 쓰는 정치자금의 출처를 일일이 찾아들어가는 것이다.
이 방법을 쓰기가 뭣하니 훨씬 어려운 일인줄 알면서도 각 기업의 회계장부부터 거꾸로 더듬어 올라가겠다는게 3일 공명선거관리 관계장관회의의 대책이다.
가입자금과 정치자금의 숨바꼭질을 밝혀내기 위해 일단 의심을 갖고 들여다 보아야 하는 기업회계상의 항목은 여러가지가 있다.
금융기관에서 꿔온 차입금은 「그 돈을 갖다 어디에 썼느냐」를 따지는 가장 우선적인 점검 대상이 되며,마찬가지로 사모사채를 발행하거나 보증어음을 금융기관에 판 것도 1차적인 점검대상이 된다.
유상증자나 회사채·중개어음의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도 마찬가지다.
차입금 외에 기업의 지출항목중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가지급금과 접대비 등이 있다.
가지급금은 이미 지난 4월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정주영씨 일가 등 특수관계인들에게 내준 돈이 지나치게 많다 하여 문제가 되었었다.
지난해말 현대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대주주 등 특수관계인들에게 내주고 있었던 가지급금은 2천4백억원으로 이는 분명히 정상적인 수준을 넘는 것이었으므로 당시 정부는 주거래은행을 통하여 「전액 회수」를 강력히 종용했다.
현대는 결국 가지급금을 전액 회수했고,이번 선거에서 정부는 10대 그룹만이 아니라 30대 그룹 전체에 대해 가지급금의 신규취급을 억제키로 규제대상을 확대키로 한 것이다.
○…선거공고일을 전후해 시작된 금권선거시비의 한복판에는 대부분 국민당과 현대의 이름이 거론됐고 정부의 시각도 이쪽에 맞춰진 듯하다.
물론 민자당의 「03시계」 8천여개가 발견된데 이어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측이 회원들에게 민자당 김영삼후보 지지를 요청하며 2천여만원의 금품을 제공하는 등 국민당이외 정당의 금권선거사례가 적발되기도 했지만 「질과 양」에 있어서 양상이 다르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4일 현재 정부합동공명선거관리상황실의 집계에 따르면 14대 대선과 관련,선거법 위반으로 사직당국에 적발된 건수는 4백70건에 8백9명으로 이중 52명이 구속되고 5백10명이 불구속입건됐다.
이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금품살포·향응제공이 3백42명으로 전체 적발인원의 40% 이상을 금권선거부문이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정부의 금권선거 척결을 위한 활동이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국민당에 타격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국민당과 현대측은 주장하고 있으나,국민당측이 비록 법의 제재범위를 피해가는 「선거기술」이 기존의 정당보다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금권선거의 방법과 투입물량이 대담하고도 엄청나다는 것이 수사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같은 사실은 검·경에 적발된 3백76명(구속 33명)의 국민당·현대관계자들의 범죄사실을 살펴보면 그대로 입증된다.
사직당국에 따르면 현대정공과 현대자동차써비스의 임직원들은 지난 3·24총선당시부터 현대의 조직과 자금을 이용해 국민당을 지원해왔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 계열사의 임직원들이 수사과정에서 한 진술에 따르면 그룹본사로부터 임원은 1백명이상,부·차장은 70명 이상 등 국민당원 포섭인원을 직급별로 할당받아 지난 총선때는 물론 대선운동기간중에도 활동해왔다는 것이다.
검찰과 경찰은 정부의 이같은 금권선거 척결의지가 현대 및 국민당에 대한 탄압이라는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나름의 노력은 하지만 그렇다고 「불법」을 방치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그룹은 국민당 선거지원과 관련된 검·경의 수사가 계열사 지방조직에서 그룹 기획조정실 등 그룹본사로 확대되고,국세청도 접대비조사에 나서자 긴장하는 표정인 가운데 반발을 보이고 있다.
그룹측은 『그룹 차원에서 총괄적인 개입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종합기획실 등을 압수수색해도 나올 것이 없을 것』이라며 『직원들이 국민당당원이기 때문에 「개인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선거지원을 한 것뿐』이라고 강변했다.
그룹측은 또 『현대정공 등 4개 계열사의 사무실뿐 아니라 간부집까지 수색하겠다는 등 정부가 초강수를 쓰고 있는 것은 무리수일 것』이라며 『그만큼 국민당의 신장세에 정부가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반증이 아니겠느냐』고 애써 자위.
현대그룹은 그러나 정부의 공세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선거지원이 다소 위축되고 노골적인 방식은 피하는 등 조심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그동안 구속된 현대그룹인사는 현대자동차의 홍두표전무 등 9명이고 10여명이 사전구속영장 발부로 피신중이어서 관련회사는 침통한 분위기다.
그룹측은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에 고발되는 내용을 보면 민자당이 가장 많은데도 구속은 우리와 국민당에 집중돼 울분을 느낀다』고 주장.<김일·김우석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