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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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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여왕의 남편은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보통사람들은 이 점을 늘 궁금해 한다. 19세기 대영제국의 절정기를 통치했던 빅토리아 여왕과 남편 앨버트공은 부부간의 금실이 워낙 좋아 국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여왕부부도 화를 내고 다툴 때까 있는 모양이다. 어느날 부부 언쟁으로 화가 난 앨버트공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가버렸다. 여왕이 쫓아와 문을 노크했다. 남편이 누구냐고 묻는다.
『빅토리아 여왕이에요.』 문을 열지 않는다. 또 노크한다. 누구냐,빅토리아 여왕이다가 반복된다. 세번째 노크소리에 다시 누구냐고 묻자 여왕은 『당신의 아내』라고 답하고 남편은 방문을 연다.
앨버트공은 예술과 공예에 깊은 관심과 정열을 지니고 있었다. 그의 예술에 대한 정열과 대영제국의 번영과 위세를 과시한 걸작이 런던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산업공예 박람회였다. 박람회가 열린 날 아내인 빅토리아여왕은 「내 생애 최고의 해」라고 감동했을 정도였다. 앨버트공이 여왕에 앞서 세상을 떠나자 여왕은 남편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담은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박물관을 건립한다.
이 박물관이 대영박물관과 더불어 세계 최대의 미술관으로 손꼽히고 세계 최초이자 최대 장식미술의 보고가 되었다. 영국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하이드 파크부근의 박물관을 들르게 된다. 다채로운 영국왕실의 공예미술에 현혹되다간 동양미술 전시관에 이르게 된다.
한국 미술품이 전혀 없는게 아니다. 일본 미술품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도자기와 불화 몇점이 산발적으로 전시되어 있을뿐이다.
일본은 그동안 대영박물관이나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에도 꾸준히 투자하고 미술품을 기증하기도해 소장품과 전시실을 확대해왔다.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에도 한국미술품이 3백20점이 소장되어 있지만 그중 태반이 창고에서 낮잠자고 있었다 한다.
삼성이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에 6억원을 기부하고 40여평의 독자적 한국미술 전시장을 확보했다는 소식이다. 창고에서 잠자던 한국미술이 빛을 보고 더 많은 우리 미술품들이 영국과 세계의 미술애호가들에게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영국왕실 박물관속의 40평 전시공간이 한국문화의 해외교류 창구가 되는 역할을 맡기를 기대한다.<권영빈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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