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장 포장마차 “찬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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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동원청중 줄어 매상격감/87년 대선 절반도 못팔아
선거때마다 호황(?)을 누려오던 유세장 노점상들이 이번 대선기간중에는 별 재미를 못봐 달라진 선거풍속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커피·꿀차 등을 몇개씩 손수레에 놓고 파는 소규모 노점에서부터 소형트럭·봉고차 등에 플래스틱 탁자·의자 등을 싣고 다니며 술·안주를 파는 「이동주점」까지 다양한 규모의 노점상들은 87년 대선때나 지난 3·24총선에 비해 절반도 안되는 매상에 당황하고 있다.
이는 선거관리당국의 불법선거운동 적극 단속에 따라 각 정당들이 청중 동원을 자제,청중수가 크게 줄어든데다 유세장 분위기도 바람몰이보다 연설을 경청하는 등 차분해졌기 때문이다.
◇매상 격감=1일 오전 광명시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민주당 김대중후보의 유세장 뒤편에는 30여명의 노점상들이 몰려들어 소주·탁주 등 술과 각종 안주를 팔고 있었지만 손님들이 있는 곳은 5∼6군데에 불과했다.
선거때마다 남편이 모는 봉고차로 유세장을 따라다니며 술·안주를 판다는 전경숙씨(42·수원시 권선동)는 『지난 총선때는 하루 20만원 가량의 매상을 올렸는데 이번 대선때는 하루 7만∼8만원에 그치고 있다』면서 『오늘도 3만원의 재료비를 들여 돼지갈비·홍합 등 안주를 준비했지만 반도 못팔아 나머지를 내버리게 됐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런 노점상들의 매상부진은 2일 오전 과천 중앙공원 옆에서 열린 민자당 김영삼후보의 유세장과 같은 날 오후 열린 경북 안동역 광장의 국민당 정주영후보 유세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매상이 부진하자 노점상들은 보통 2배 이상씩 받던 가격을 낮춰 소주 한병에 1천∼1천5백원,국수 2천원,커피 5백원,컵라면 1천원 등 정상가격에 가까운 요금을 받았다.
◇원인=노점상들은 이런 매상 격감 원인을 무엇보다 동원 청중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과거처럼 지방에서까지 동원된 청중들을 당 관계자들이 데리고 다니며 즉석에서 향응을 베풀던 모습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부인과 함께 1t트럭으로 전국 유세장을 돌며 음식판매를 하고 있는 권종순씨(43·성남시 은행동)는 『87년 대선때나 지난 3·24 총선때는 당 관계자가 유권자들을 데려와 음식을 대접하는 바람에 한꺼번에 10만원 이상의 매상을 올린 경우도 종종 있었으나 지금은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이현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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