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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 물리는 3각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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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범여권 대선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 정동영 전 의장, 이해찬 전 총리의 '3각 신경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19일 이 전 총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기회주의자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한 발언이 발단이 됐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 전 지사를 염두에 둔 비판이었다.

손 전 지사 측 정봉주 의원은 20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 "이 전 총리도 대선 레이스에 참여한 만큼 손 전 지사를 공격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손 전 지사가 기회주의자가 아니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오히려 이 전 총리가 치명타를 받을 것"이라고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반면 이 전 총리 측 유기홍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범여권 주자로 누가 적합한지 토론이 이뤄지면 정통성 측면에서 이 전 총리가 대단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했다는) 역사성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며 "이 전 총리는 한결같은 길을 걸어왔다"고 강조했다.

정 전 의장 측 박영선 의원은 양측을 싸잡아 비판했다. 박 의원은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을 개혁하려 했다는데 개혁의 업적이 무엇인지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며 "이 전 총리가 주장하는 정통성은 새장에 갇힌 정통성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해선 신봉만 할 뿐"이라고 공격했다.

이런 신경전에서 가장 긴장하는 쪽은 손 전 지사 측이다. 범여권 후보 지지도 1위인 손 전 지사에 대한 연합 공세로 국면이 전개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손 전 지사 측은 이에 대한 돌파구로 범여권을 주축으로 하되 한나라당 일부까지 끌어들이는 '범여권+국민 대통합' 구도를 구상하고 있다. 노사모에서부터 한나라당 출신까지 망라한 제 세력을 영국 노동당 식의 중도개혁 노선으로 결집시켜, 그 중심에 자신이 서겠다는 것이다.

이 전 총리 측은 선명성과 정통성으로 승부하려 한다. 손 전 지사의 탈당 전력을 부각하고 참여정부 계승론을 통해 진보.개혁 진영을 결집시키면 기회가 온다는 계산이다. 유기홍 의원은 "이 전 총리는 민주당.열린우리당 지지층만 아니라 2002년 노 대통령을 만든 이들로부터도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어 이달 내로 지지율 10% 진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 전 의장 측은 범여권 내 중도 성향을 노리고 있다. 이 전 총리를 지지하는 친노 그룹에 비판적이면서도,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 전 지사에게 손을 내밀기 부담스러워하는 범여권 내 중도는 결국 정 전 의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 주자는 모두 경기도.충남.전북의 '서부 벨트' 출신이다. 이들의 삼각 경쟁엔 한나라당과 노무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한나라당 경선 후 후유증이 클 경우 수도권 일부 한나라당 표가 넘어올 수도 있다. 노 대통령이 손 전 지사, 정 전 의장을 드러내놓고 공격하면 개혁 세력이 이 전 총리로 결집할 공산도 있다. 여기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만약 마음을 드러내기라도 한다면 호남표는 급속히 한쪽으로 쏠릴 수도 있다. 지난 5월 29일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전국의 만 19세 이상 남녀 9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기 정치 여론조사 결과 범여권 '빅3'의 지지율은 손학규(4.8%).정동영(2.7%).이해찬(2.4%)순이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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