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정주/국내 첫 「시상정립」 나섰다/서울대 황기원교수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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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한 도시의 자랑거리 등 특징 조직적 홍보/관광도시 발돋움 위해 경관·특산품 중점
『정주시를 팝니다.』 지방자치시대 개막으로 「자랑스럽고 살기좋은 내 고장」을 가꾸는데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내장산으로 알려진 전북 정주시가 본격적인 관광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내·외부에 대한 강한 이미지를 심기위한 국내 최초의 「시상정립 종합계획」을 만들어 추진중이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계획은 독일 한스 자이델재단 후원으로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황기원교수가 5월부터 6개월에 걸쳐 수립한 것으로 26일 새마을운동 중앙연수원이 주최한 「공동체가꾸기 방안모색을 위한 워크숍」에서 발표돼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로부터 커다란 관심을 끌었다.
시상이란 지역주민 뿐아니라 방문객들의 마음속에 그려지는 한 도시의 이미지. 이를테면 세계 사람들의 마음속에 라스베이가스가,「도박의 도시」,발리가 「자연휴양지」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시상의 대표적인 예다. 어느 도시나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또는 강하든 약하든 있게 마련인 시상을 뚜렷하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만들어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풍요롭게 하고 관광객유치 등 부가가치가 높은 경제활동을 촉발시킬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시상정립계획」이다.
즉 한 도시의 자연,역사와 유물,음식,문화 등 각종 유·무형의 자원을 토대로 시민의식 등을 반영해 시상이 구체적이고 가시적으로 드러날 수 있도록 도시계획이나 각종 기획행사 등을 통해 조직화하고 홍보하는 종합작업이다.
정주시의 시상정립계획은 황 교수가 정주시민 3백89명을 대상으로 한 직접조사와 재경이주자 45명의 우편조사를 통해 정주만의 자랑거리 등을 파악해 수립한 것으로 전체적으로는 「자연과 문화의 만남」이라는 주제아래 정주오절·환경개선사업·이벤트꾸미기·시민참여를 통한 실천계획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자연과 문화의 만남」이라는 전체적인 주제는 지역주민들이 외부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자랑거리로 한결같이 맑은 공기와 물,아름다운 내장산,정읍사공원 등을 꼽고 있는데 근거한 것이다.
시상의 내용중 정주오절은 내장산 단풍잎과 펼친 손바닥같은 정주의 지형이 상징하는 숫자 「5」를 활용한 것으로 정읍사공원 망부상과 달맞이·내장산 단풍길 등 다섯가지 빼어난 경관(오승),정해마을의 우물과 고로쇠숲·시내 명정로(정주역∼명륜동의 중심가) 정경 등 다섯가지 좋은 경관(오경),정주장구·단풍나무 은장도 등 다섯가지 특산공예품(오품),내장산 나물비빔밥·복분자술 등 다섯가지 특산음식(오미),정읍사 노래소리·단풍숲 바람소리 등 다섯가지 소리(오성) 등이다.
환경개선사업에는 ▲연지원 유통단지 조성 ▲정읍천 정비 ▲내장로 경관강화 등의 사업이 포함돼 있다.
황 교수는 『근대 도시는 인구이동이 시간적·공간적으로 급증하면서 찰나적 관찰과 피상적 경험의 대상이 되어버린데다 도시개발로 인해 자연·문화·역사적 자원이 훼손되었으며 개발방식이 획일화돼 시상이 희석·혼화되어 버렸다』고 지적하고 『시상 정립은 지방자치시대에 관광산업 등을 진흥시키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자기소외가 심화되는 현대인의 인간적 성취와 사회전체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이덕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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