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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한국」회생기미 보이지만…/질적퇴보 심상찮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미·일·EC 3대시장서 계속 고전/완구 등 경공업제품 「고부가」실패/일원화상품 고유상표 수출 절실/「무역의날」에 짚어본 문제점
금년 무역의 날은 표정이 다소 밝다. 무역회생의 기미가 보이는듯 하기 때문이다. 올들어 지금까지 수출은 6백79억달러로 작년보다 9.6% 증가했다. 연말예상은 7백80억달러 증가율 8.5%.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해의 절반인 45억달러로 호전될 것같다.
그러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질적으로는 퇴보하고 있음을 쉽사리 알 수 있다.
선진국 시장에서 경쟁국에 거듭 밀리고 있고 개도국 등으로 수출시장을 다변화 했다고 하나 사실은 개도국의 개발수요로 인해 「주어진」실적일 뿐이다.
또 경공업 제품은 고부가가치화에 실패,빠른 패퇴를 보이고 있고 출혈수출 업종이 적지 않으며 주문자상표 부착(OEM) 방식의 수출이 절반을 넘어 해외에서 한국상품의 성가를 휘날리지 못하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 감소 역시 수출증가보다는 설비투자 위축,건설경기 진정,국제원자재가격 안정 등에 따른 수입의 급격한 둔화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올해 수입은 지난해보다 1.2%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우선 우리의 3대시장인 미국·일본·EC(유럽공동체)에서의 뒷걸음질이 그림에서 보듯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수출은 지난해 4.1% 감소한데 이어 올들어 10월까지도 0.7% 줄었고 일본 수출도 올해 마이너스 4.9%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성장세였던 대EC수출 역시 마이너스 2.7%로 주저앉았다. 이에 따라 3대 시장이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년새 20%포인트나 줄어 지금은 51%에 그치게 됐다.
이는 가격경쟁력 등에서 중국·멕시코 등 경쟁국에 밀리기 때문이다.
선진국 시장은 품질의 심판장이라고 할 수 있어 이같은 패퇴는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위기를 느낀 우리 업계는 개도국 시장을 늘렸으나 이들이 자본재 등의 수입을 발판으로 경쟁력을 갖출 경우 우리는 「무기」를 대준 꼴이 될 수도 있는 형세인 것이다.
○…또한 올들어 10월까지 완구·인형 수출은 작년보다 30%,신발은 16%가 감소하는 등 경공업 제품 수출이 너무 빨리 퇴조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섬유·신발 등은 우리의 선진국 수출 주종품이었던만큼 고부가가치화와 다품종 소량화에 의한 시장지키기가 시급하다.
석유화학제품을 필두로 한 출혈수출도 심각하다. 최근 무역협회가 1천2백여개 수출업체를 조사한 결과 9.2%가 「밑지면서 수출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결국은 우리 상품의 경쟁력 향상만이 문제해결의 열쇠일 뿐이다. 특히 일본시장에 진출하면 세계 일류상품으로 설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시장을 뚫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때다.
○…이 가운데서도 1천만달러 수출로 철탑산업훈장을 받은 (주)메디슨(대표 이민화)은 우리나라가 취약했던 의료기기 부문에서 세계적인 특허를 잇따라 내놓아 수출을 전년보다 배로 늘렸다. 85년 창립이후 초음파 영상진단기 8개 기종을 개발한 메디슨은 「Sono Ace」라는 고유상표로 수출하고 있으며 미 식품의약국(FDA)규격 등을 획득해 수입장벽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창업 8년만에 1백만달러 수출을 달성,산업포장을 수상한 대한무역보청기상사(대표 서진성)는 3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지난해 귓속에 넣으면 거의 식별하기 힘들 정도의 초미니 보청기를 개발,미국·일본·대만 등에서 특허를 받았다.
이 회사는 줄곧 고유상표로 수출하고 있으며 소액주문에도 성실히 응한 것이 주효했다.<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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